터키에서 여성들의 폭소가 SNS를 점령했습니다. “여성은 큰 소리로 웃지 말라”는 터키 부총리의 망언이 나오자 세계인들과 함께 SNS를 통해 통쾌한 웃음으로 항의하고 있습니다.
발단은 이렇습니다. 열흘 전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는 이슬람 금식 축제인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섰습니다. 그는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며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휴대전화로 사소한 문제들을 얘기해서도 안 된다”고 했죠.
사람들 앞에서 크게 웃지 말라니! 터키 여성들은 이 황당한 발언을 조롱하듯 SNS에 웃는 모습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공공장소가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웃어 보인 겁니다. 아른츠 부총리 망언 이후 단 이틀 만에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30만개가 넘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히잡을 쓴 여성이 많지만 비키니 차림의 여성도 등장했습니다. 한 여성은 스트리퍼들이 추는 봉을 잡고 거꾸로 매달려 웃습니다. 남성도 있고 아기도 찬조 출연했습니다. 유엔 여성기구에서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영국 배우 엠마 왓슨도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리는 사진으로 동참했습니다. 하나같이 ‘소리 내 웃는 웃음’을 뜻하는 ‘#kahkaha’나 여기에 ‘저항하는’을 덧붙인 ‘#direnkahkaha’를 태그로 달았습니다.
터키 여성들은 지난해 반정부 시위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최루가스에 맞서는 붉은색 원피스가 시위대의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했죠. 터키는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 세속주의 국가입니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가부장적 이슬람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터키 의회 조사 결과 올해에만 120명이 넘는 터키 여성이 가족, 남편,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2008년 4만여건 수준이었던 가정폭력은 2011년 8만건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급기야 터키의 한 여성단체는 지난 4일 아른츠 부총리를 이스탄불 법원에 제소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증오 차별 모욕 선동 등의 혐의가 있다면서요. 이들은 아른츠 부총리에게 법적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망언에 대한 경고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전 세계인이 동참한 폭소 저항에 우리나라 여성들도 있을까요? 그럼요. 있습니다. 모델 박진서(21)는 트위터에 “나도 웃을 꺼얌. 껄껄껄”이라고 적으며 실눈이 되도록 웃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지구 반대편 여성들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