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2명이 실험용 치료약인 ‘지맵(ZMapp)’을 투여 받고 상태가 호전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맵을 국제적으로 보급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험 약물에 대한 윤리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CNN은 지난 4일(현지시간) 라이베리아에서 봉사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의료진 2명이 지맵을 투여 받은 후 기력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지맵을 개발한 미국의 맵 바이오제약은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치료약이 없을 때 실험 약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한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 규정에 따라 지맵의 사용을 허가했다.
환자들이 효과를 보자 에볼라 진원지인 서아프리카 국가와 에볼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치료제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나이지리아 보건당국은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베리아 보건복지부 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에볼라 치료제가 없다면서 미국인들은 병이 나았다는 건가’라고 묻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실험용 치료제가 도움이 될지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에볼라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보건 능력을 넘어섰고 많은 사람들이 의료진들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며 “우리는 공공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도 성명을 냈다. 다음주 의료 윤리학자들을 소집해 서아프리카에서 실험용 치료약을 사용하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내용이다. WHO는 새로운 약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약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될지에 대한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했다.
6일 기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에볼라 사망자는 932명이다. 의심환자를 포함한 감염자는 1711명에 달한다. 라이베리아는 결국 시에라리온에 이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CDC도 에볼라 경보 단계를 최상위인 ‘레벨1’로 격상했다. CDC가 1단계 경보를 발령한 건 2009년 세계적으로 확산된 H1N1 인플루엔자 이후 처음이다. WHO도 공중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지 검토 중이다.
에볼라는 여전히 치료방법도, 치료제도 없는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지맵이 환자들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