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제 글을 읽어주세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영오씨 앞에 앳된 얼굴의 소녀가 섰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이 이어진지 23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빨간 줄무늬 티셔츠와 분홍색 반바지를 입은 소녀는 자신의 글을 읽어달라고 쓰인 스케치북을 하나 들고 있었습니다. 또박또박 정성스레 쓰인 글씨가 앙증맞습니다.
소녀는 영화 ‘러브액츄얼리’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스케치북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장은 자기소개입니다. 여주에서 온 중학교 1학년이라고 하네요. 한동안 조용히 이어진 소녀의 편지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어제 JTBC 뉴스에서 / 홀로 외롭게 싸우시는 / 아저씨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 아저씨에게 조금이라도 / 힘이 되고 싶어 왔습니다 / 세월호 침몰 벌써 110일이 넘었는데 /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 끔찍한 사실이 저는 무섭습니다 / 저는 아저씨의 편입니다 / 대한민국이 더 이상은 / 무서운 나라, 잔인한 나라가 /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 언니 오빠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 많은 학생들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 뭉클한 메시지는 한 장도 빠지지 않고 사진으로 담겨 6일 페이스북에 올라왔습니다. 소녀의 수줍은 미소도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18장의 사진을 순서대로 넘기다보면, 마지막엔 김영오씨와 소녀가 손을 맞잡는 장면이 나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부끄럽고, 고맙다는 글이 가장 많습니다. 사진을 올린 전상훈씨는 이 소녀가 이윤주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글 말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