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작가들까지 “내 작품도 내려!”…광주비엔날레 특별전, 朴대통령 풍자 작품 ‘전시유보’ 파문 커져

동료 작가들까지 “내 작품도 내려!”…광주비엔날레 특별전, 朴대통령 풍자 작품 ‘전시유보’ 파문 커져

기사승인 2014-08-11 14:53:55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사진)’ 작품 전시가 유보된 것에 대해 동료 작가들이 항의의 뜻으로 작품을 철거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오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년 그 후’가 열린 광주 시립미술관에서 이윤엽 작가와 홍성민 작가가 자신들의 출품작과 다른 동료작가 정영창 작가의 출품작까지 모두 세 작품을 철거했다.

철거된 작품은 이윤엽 작가의 ‘대추리에서 세월호까지’, 홍성민 작가의 ‘아시아의 숲’, 정영창 작가의 ‘정대세’ 등 초상화 작품이다.

이 작가는 철거 전 기자들과 만나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전시 유보결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며 “비엔날레에서 그 정도도 소화하지 못하는가, 광주가 이 정도인가 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예술과 문화는 그 자체가 ‘정치적’이다. 이번 전시가 광주 정신을 모토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걸기도 전에 왈가왈부하는 비엔날레 재단의 수준이 안 된다”며 “이런 천박한 행태를 보이는 전시회에 내 작품이 걸리는 것 자체가 치욕이어서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성민 작가는 “대통령 풍자조차 포용할 수 없을 만큼 광주정신을 표방한 비엔날레 측의 행태가 저급한 수준”이라며 “(대통령 풍자) 그것 하나 못하면서 어떻게 광주정신을 주제로 전시를 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 비엔날레 재단 측은 “사전에 작가들로부터 (철거에 대한) 어떤 통보도 없었다”며 당황스러워하며 “절차는 잘못됐지만 작가들의 의사를 존중해 철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은 일부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하고 있다.

재단 측은 “전시 관련 전권을 받은 큐레이터 4명 사이에서 전시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아 유보된 것”이라며 “해당 작품이 전시회의 기획의도 및 주제 부합 측면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8일 지역 작가들과 시민 50여명은 광주시립미술관 앞에서 가로 30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프린트 작품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전시 유보에 항의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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