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알려진 ‘지맵(ZMapp)’을 투여 받은 스페인 신부가 끝내 사망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서아프리카에 지맵을 사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WHO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의료윤리위원회에서 실험용 치료제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의료윤리위원회는 에볼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조건이 맞는다면 효과나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더라도 실험용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같은 날 라이베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스페인 신부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이 신부는 지맵으로 치료를 받고 있던 상태였다. 앞서 지맵을 투여 받고 증세가 호전된 미국인 의료진 2명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벌어진 것이다.
미국의 맵 바이오제약이 개발한 지맵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약물이다. 지난 4일 미국인이 지맵의 효과를 봤다고 보도되자 서아프리카 국가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약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WHO가 11일 의료윤리위원회를 소집한 이유다.
WHO의 결정은 예상된 결과였다. 맵 바이오제약은 WHO의 승인이 나기 전 이미 서아프리카에 치료제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어떤 나라에 어느 정도 양을 보내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맵을 제공받는다고 알린 서아프리카 국가는 라이베리아뿐이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11일 “미국 정부에서 이번 주 실험용 치료제를 보내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라이베리아의 루이스 브라운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약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을 쓰지 않으면 남은 대안은 죽음이다”라며 “우리는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환자들이 동의한다면 약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WHO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에볼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013명, 감염자는 1849명이다. 맵 바이오제약은 “서아프리카에 지맵을 보내고 나서 재고량이 소진됐다”며 “어떤 상황이든 지맵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