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팝스타 레이디 가가(28)가 내한 공연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16일 서울 잠실 운동장에서 열린 ‘AIA 리얼 라이프 나우 페스티발’ 무대에서였습니다. ‘포커 페이스(POKER FACE)’ ‘텔레폰(TELEPHONE)’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등 히트곡을 연달아 선사하며 한창 흥이 올랐을 때였죠.
발라드곡 ‘도프(DOPE)’를 부르던 가가는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베스트 프렌드인 보경씨가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보경씨 얘기를 하며 가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관객들은 당황했죠. 하지만 가가의 설명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미안하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며 말문을 연 가가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 출신이다. 어린시절 입양돼 네 살 때 처음 만났다”며 보경씨 얘기를 꺼냈습니다. 가가는 “보경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다”더군요. 그래서 “친구를 선물해준 한국에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친구를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습니다. 무대 바로 앞 객석에 앉아있는 보경씨를 향해서요. 현장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둘의 우정을 축하했습니다. 소식이 전해진 뒤 인터넷에서도 “두 사람의 우정 정말 보기 좋다” “얼마나 친한 친구면 가가가 눈물까지 보였을까”라며 감동한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습니다.
가가와 보경씨의 남다른 우정은 익히 알려졌습니다. 가가가 2011년 한 국내 연예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열린 보경씨의 결혼식에 가가가 들러리를 서며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두 사람의 얘기가 이목을 끈 건 보경씨가 한국인, 아니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세계적인 톱스타 가가에게 ‘한국계 절친’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큰 이슈가 됐죠.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봅시다. 이 일은 과연 우리가 반기기만 할 일일까요.
한국은 ‘입양아 수출대국’이라는 오명에서 오래토록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해 말도 떼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 해외로 나가 낯선 가정에 맡겨집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홀트아동복지회가 국외입양을 진행하려면 5개월 이상 국내 입양을 우선 추진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도, 국외입양을 진행하고 있는 출생아동 115명 중 17명(14.8%)에 대해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입양보다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국외입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최근엔 긍정적인 통계도 보입니다. 국외·국내 입양 비율이 2006년엔 각각 58.8%, 41.2%였지만 지난해에는 25.5%, 74.4%로 역전됐다는 보건복지부 발표가 있었습니다. 혼자가 된 아픔을 한 번 겪은 아이가 크면서 정체성의 혼란까지 느끼게 되는 일. 조금씩 줄어들 수 있을까요. “친구를 선물해줘 고맙다”는 가가의 말에서 진한 씁쓸함이 남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