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격투기선수 같지 않은 미모로 유명세를 탄 송가연(20)이 로드FC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17일 열린 ‘로드FC 017’ 스페셜 매치업 경기에서였죠. 외모만이 아닌 진짜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경기 전부터 쏟아진 대중의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룸메이트’ 출연과 맞물려 한창 주가를 높이던 중이었다는 점이 한 몫 했습니다. 주목을 끈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한일전이라는 점이요. 어느 경기에서건 일본과의 대결은 늘 매력적인 요소이지요. 일본의 에미 야마모토(32) 선수가 상대로 나서 기대를 한껏 높였습니다.
경기에 나선 송가연은 초반부터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강한 연속 펀치로 상대를 코너에 몰았습니다. 이어 바닥으로 상대를 넘어뜨리고 쉴 새 없이 오른손 펀치를 날렸습니다. 야마모토는 다시 일어나 니킥으로 응수했으나 곧바로 다시 수세에 몰렸습니다. 역부족이었죠.
송가연은 경기 내내 우위를 점했습니다. 코트위에 드러누운 야마모토의 위에 올라타 얼굴을 수십차례 강타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지요. 야마모토는 더 이상 공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결국 심판은 송가연의 TKO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불과 2분23초 만에 이뤄진 승부였습니다. 승리한 송가연은 환호했습니다. 꽃다발과 트로피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었죠. 응원차 경기장을 찾은 룸메이트 멤버들의 축하가 이어지며 자리는 더욱 빛났습니다.
하지만 경기 후 여론은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일본선수와의 대결에서 얻어낸 승리. 뜨거운 호응이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적지 않은 네티즌들은 승부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이런 식의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성토가 잇따랐죠.
상대였던 야마모토가 전문적인 격투기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야마모토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였습니다. 미용관리샵에서 일하며 집안일을 병행하던 그는 취미삼아 격투기를 시작했지요. 주로 아마추어 무대에서 활동했습니다. 정식 경기 기록이 없어 경기 전에는 국내 네티즌들로부터 의아함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접한 한 네티즌은 “흥행을 위해 적당한 상대를 골라야 했던 로드FC가 이해는 가지만, 또 이런 식의 일이 되풀이 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 눈에 봐도 근육도 제대로 붙지 않았더라. 정식 선수도 아닌 일본 아줌마 데려다 한 경기라니, 정당하지 못하다”고 꼬집었고요. “차라리 조혜련이랑 겨루는 게 더 나았겠다”는 비아냥까지 나왔습니다.
송가연은 피나는 지옥훈련을 받으며 경기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습경기에서 남자 선수들과 맞붙으며 스스로를 단련하기도 했죠. 그만큼 데뷔전에서 그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다만 정당하지 못한 상대선수 선정이 아쉽습니다. 인생에 한번뿐인 데뷔전 승리가 빛바랬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줄 수 있을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