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일본순사에게 물총쏘는 광복절 행사? 북한 어린이와 뭐가 다른가요

[친절한 쿡기자] 일본순사에게 물총쏘는 광복절 행사? 북한 어린이와 뭐가 다른가요

기사승인 2014-08-18 22:00:55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공식 블로그

일본 순사를 공격하라!

광복절을 맞은 지난 15일 한 언론매체가 실은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를 클릭하니 일제강점기 시대의 순사 복장을 한, 물에 쫄딱 젖은 남성의 사진이 나타납니다. 그의 주위에선 어린아이들이 신나게 물총을 쏘아대고 있습니다. 신고 있는 장화에 물이 고여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린아이들의 공격이 매섭습니다. 순사는 반격 할 물총도 없습니다. 그저 간신히 손으로 귀를 막는 모습입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벌어진 이 행사는 2014 서대문독립민주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바로 독립군 대 일본순사의 물총싸움이죠. 시민 300명이 독립군으로 변신해 일본순사와 물총싸움을 벌인다는 내용인데 사실 싸움이라기 보단 응징에 가까웠습니다. 열명 남짓한 순사들을 향해 수십명의 아이들이 달려들었으니까요. 순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이들에게 포위당해 물총 세례를 받았습니다. 독립군의 완벽한 승리였던 거죠.

그런데 천진난만하게 일본 순사를 공격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2년 전 보도된 북한 어린이들의 사진이 떠올랐거든요. 세계 어린이날이었던 6월 1일이었습니다. 평양의 한 유치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군 그림을 향해 장난감 총을 쏘는 남자아이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에 장난감 활을 쏘는 여자아이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사상 교육은 익히 알려져 왔지만 증오를 놀이로 가르치는 북한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더운 여름 야외에서 벌어진 물총싸움은 아이들에게 분명 즐거운 추억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물총싸움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일본 순사는 나쁜 사람이라는 거죠. 미군 그림을 공격하는 북한 어린이들이 미군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공식 블로그에 이 물총싸움 사진을 올리며 광장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준비한 물총싸움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좀더 친숙하고 쉽게 우리나라의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적었습니다. 독립유공자들과 민주인사들의 공을 기리는 것은 중요한 역사교육입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세대와 공유할 가치가 증오나 분노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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