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개고생 하는 거 후손들은 알랑가? 모르면 호로 자식이지.”
영화 ‘명량’을 보다가 이 대사 때문에 뜨끔한 이들 많죠. 6명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시작은 단순한 영화감상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의 역사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죠. 8·15 광복절을 1주일 앞둔 때였답니다.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돼 주권을 찾은 날입니다. 학생들은 광복절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국경일 하루쯤은 그날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의미에서 역사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이름하여 ‘8·15 프로젝트 빨가면? 게양일’입니다.
광복절을 6일 앞두고 학생들은 태극기와 무궁화를 모티브로 한 핸드폰 케이스를 준비했습니다. 태극기 색을 이용해 팔찌도 만들었고요. 제품 안에는 국경일을 적은 종이를 넣었습니다. 동대문시장을 발로 뛰며 재료를 사고 만든 겁니다.
광복절 당일 거리로 나섰습니다. 한복을 입고 말이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역사 관련 퀴즈를 진행했습니다. ‘태극기를 그려보세요. 독도의 날은 언제일까요? 우리나라 국경일을 모두 말하시오.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끈 장군은? 올해 광복절은 몇 주년일까요?’ 등입니다. 안타깝게도 태극기를 제대로 못 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네요.
나름의 규칙도 있었습니다. 돈은 직접 받지 않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함에 넣었습니다. 본인들은 시민들의 돈을 전달하는 사람들뿐이라는 거죠. 금액을 합산할 때 외에는 모금함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모금 및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블로그(blog.naver.com/815redday)에 올렸습니다. 10원짜리 한 개도 기록해 자신들을 믿고 기부한 분들에게 얼마가 모였고, 어떤 경로로 기부됐는지 밝히고자 했습니다.
아침부터 진행된 프로젝트는 저녁이 다 돼서야 끝이 났습니다. 기부금은 한 푼 두 푼 모여 22만3000원이 됐습니다. 학생들은 18일 ‘빨가면 게양인’이라는 이름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 기부했습니다.
학생들은 말합니다. 이번 행사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요. 명량은 1500만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애국 마케팅이라는 비난이 많죠. 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 역사를 바로 아는 것 아닐까요?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