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딩’ 여러분에게 옛날이야기를 그린 만화를 하나 소개합니다. 1996년에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었으니 그전에 국민학교를 다닌 분들 말입니다.
20일 인터넷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만화가 화제입니다. ‘국딩 세대들의 불합리한 일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습니다. 모두 4편. 각각 4~6컷의 짧은 에피소드가 담겼습니다.
1편에는 ‘학급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그 일이 뭘까요? 대걸레와 화분 을 사오는 겁니다. 선생님 책상보까지 준비하라는 지시가 떨어집니다. 부당하다고 느껴도 혼나는 게 무서워 아무도 항의하지 못합니다.
다음은 교실 내 신발 착용 이야기입니다. 저도 이런 경험이 있어 울컥하네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꼭 실내화를 신으라고 합니다. 깜박 잊고 안 가져오면 맨발로 수업을 들어야 하죠. 한겨울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왜 선생님은 신발을 신고 있느냐”는 질문은 할 수 없습니다.
불우이웃 돕기 에피소드에서 선생님은 하한선을 정해줍니다. 1000원 이상 내거나 빈병, 폐휴지를 그만큼 가져오랍니다. 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빈손으로 등교합니다. 주인공 학생이 빈병 2개를 나눠주지만 그 친구는 교실 뒤에서 벌을 섭니다. 고작 그걸 가져왔느냐는 타박과 함께요.
마지막은 부모면담 편. 어느 날 선생님이 출석부 순으로 일정을 정해 통보합니다. 주인공 학생은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님이 평일엔 시간이 안 난다”고 말하네요. 하지만 곧 동네방네 소문이 나버립니다.
만화에는 공감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옛 생각에 젖어 저마다 경험을 털어놓습니다. “교실 커튼을 왜 학생들이 빨아 와야 했을까” “교무실 청소하는 게 가장 이해 안 됐다”는 댓글에 반응이 뜨겁더군요. 지금의 교권추락이 이런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금씩 쌓인 불만이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했다는 겁니다. 사소한 일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요즘엔 이런 일 없겠죠? 점점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니 다행입니다. 20년 후 지금의 ‘초딩’들은 좋은 학창시절 기억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