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 가면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이 있습니다. 위령탑은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세운 겁니다. 이곳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502명의 넋을 기리는 곳이죠.
그런데 이곳에 유족이 두고 간 꽃을 훔쳐가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흥분했습니다. “이런 나쁜…” 하고요.
2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풍 참사 위령탑에 놓인 꽃’ ‘반도의 흔한 꽃 도둑’ 등의 제목으로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사진 속 삼풍 참사 위령탑 양옆에는 화분이 놓여있습니다. 화분에는 ‘경고’라는 제목의 팻말이 걸려 있네요.
팻말에는 ‘왜! 위령탑 앞에 있는 꽃을 가져가십니까? 자식을 가슴에 묻은 엄마의 마음으로 꽃을 해 놓는데 제발 부탁인데 꽃 가지고 가지 마세요. 자꾸 이런 짓을 하면 당신 가정에 안 좋은 일만 생길 테니까 제발 부탁합니다. 유족 어머니 마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꽃이 너무 선명해서 더 가슴이 아프네요” “몹쓸 인간들 진짜 많네” “대체 왜 훔쳐가는 거지? 설마 꽃 훔쳐가서 다시 파는 거야?” “유족들 가슴 찢어질 듯. 경고 팻말 보고도 훔쳐 가면 사람이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양재 시민의 숲 관계자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이 놔두고 간 꽃을 훔쳐가는 사람들은 없다. 오해하지 말아 달라”며 “꽃이 시들면 공원이 더러워져서 관계자가 치웠는데 유족이 오해해 경고 팻말을 단 것이다. 유족에게도 해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입니다. 한시름 놓게 되네요.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