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목욕시키는 장면을 방송해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킨 KBS2 ‘연애의 발견’을 향한 비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2일 인터넷에는 동물자유연대가 KBS 2TV ‘연애의 발견’ 외주 제작사인 JS 픽쳐스를 상대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동물자유연대는 20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수사 요청 사실을 전하며 “JS 픽쳐스 측에 해당 토끼의 생존 여부에 대해 문의했으나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확인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현행 동물보호법 8조에는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동법 46조에 의해 처벌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영된 행위는 토끼를 쇼크사, 저체온증 등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전문 수의사들의 소견을 들었다”며 “제작사가 시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거듭 ‘동물의 생사 여부를 밝힐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18일 방송된 드라마 1회 후반부에 전파를 탔다. 주인공인 에릭과 정유미가 공원에서 우연히 발견한 토끼를 여러 차례 서로에게 던지듯 주고받으며 함부로 다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집으로 데리고 온 토끼를 목욕까지 시켰다. 이 과정에서 샤워기를 잘못 작동해 물이 사방으로 뿌려지며 토끼가 내팽개쳐지기도 했다. 홀딱 젖은 토끼는 욕실 세면대 아래로 뛰어가 이리저리 숨을 곳을 찾았다.
토끼는 태생적으로 물과 스트레스에 약한 동물이다. 물에 심하게 젖거나 귀에 물이 들어가면 죽는 경우가 많다.
해당 장면이 방송된 후 인터넷에는 제작진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방송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토끼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닌가” “토끼 너무 불쌍했다” “드라마가 뭐라고 생명을 이렇게 경시하는가” 등의 비판이 많았다. 특히 “토끼가 어떻게 됐는지 명확하게 밝혀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여론을 의식한 듯 드라마 제작진은 “무지와 부주의의 결과임을 통감한다”며 “시청자들에게 토끼를 다루는 데 대한 그릇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토끼의 생사 여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