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타일러 라쉬가 “프랑스는 직지심체요절을 한국에 돌려줘야 한다”고 언급해 화제입니다. jtbc 예능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표로 나선 타일러가 프랑스 대표 로빈에게 일침을 가한 겁니다. 로빈은 타일러의 해박한 지식에 압도당해 꼬리를 내려야 했죠.
직지는 1377년 충북 청주에 있는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 낸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입니다.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찍어낸 ‘42행 성경’보다 78년이나 앞선다고 하네요. 그래서 유럽에선 직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했답니다. 금쪽같은 이 보물은 1886년 프랑스로 넘겨졌습니다. 초대 주한공사로 부임한 콜랭 드플랑시가 수집해 유출한 겁니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동양 문헌실에 소장돼 있습니다.
타일러는 직지의 역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네티즌들은 다시 놀랐죠. “한국인보다 한국 역사를 잘 아는 타일러” “직지가 무엇인지 몰랐던 내가 부끄럽다” “타일러의 한국 사랑에 감동받았다” 등의 댓글이 올랐네요. 그도 그럴 것이 타일러는 지난 15일 ‘광복절, 독립만세’라는 글로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겨 남다른 ‘한국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타일러에 대한 칭찬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문화재관리 실태를 두고 자조적인 글들이 잇따르더군요. 외국인이 나서서 한국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인은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그랬더니 “직지심체요절은 프랑스 외교관이 개인적으로 수집목적으로 구매했기 때문에 반환을 요구하기 곤란하다”라거나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들을 하나하나 돌려주다보면 전시할 게 없어진다”라는 반박이 올랐습니다. 엄연히 말해 우리의 문화재를 빼앗긴 것인데 프랑스의 입장을 더 중시 여기는 듯한 의견이 많더군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문화재관리 실태를 봐선 프랑스에 있는 게 오히려 낫다”
“국보 1호도 불태웠는데 보물을 감당할 수 있겠나”
“한국에 남아 있는 문화재나 잘 관리해야”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일까요. 문화재 환수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네티즌들을 보니 씁쓸합니다. 기대엔 미치지 못하지만 정부도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일본이 한국에서 약탈한 문화재의 목록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포착되자 정부는 “불법 부당하게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환수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타일러의 말대로 지난 4월엔 미국으로부터 대한제국 국새 등 문화재 9점을 돌려받았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로부터 어렵게 되찾은 ‘조선왕실의궤’는 2년8개월이 돼 가도록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는군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말이죠. 환수뿐 아니라 보존과 관리에도 힘써주길 바랍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