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라는 영화 기억나시나요?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던 남자주인공이 사고를 당한 이후 여자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 기발한 상상이 곧 현실에서 이뤄질 것 같습니다. 구글 글래스를 쓰는 것만으로 말이죠.
미국 IT전문매체 긱닷컴(Geek.com)은 1일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만든 구글 글래스용 안면인식 앱을 소개했습니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사람을 바라보면 상대방의 감정상태를 문자와 그래프로 표시해주는 주는 프로그램이죠.
유튜브에 올라온 시연 영상은 정말 놀랍습니다. 구글 글래스를 쓴 남성이 한 여성을 바라보자 화면 속에는 여성의 나이와 성별은 물론 화가 났는지(Angry), 행복한지(Happy), 슬픈지(Sad), 놀랐는지(Surprised)가 그래프로 표시됩니다. 여성이 입을 벌리고 환하게 웃자 ‘놀람’과 ‘행복함’을 표시하는 그래프가 빨간색으로 차오르네요. 윗니가 보일 정도만 웃어보이자 ‘놀람’ 그래프는 0이 되고 행복하다는 표시만 남았습니다.
사람의 수에 따라서 그래프도 늘어납니다. 두 명이든 네 명이든 상관없습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주위에 감정상태가 표시되는 모습은 흡사 게임의 한 장면 같습니다.
연구팀은 ‘정밀 고속 객체 인식 엔진(SHORE)’이라는 듣기만 해도 어려운 기술을 구글 글래스에 접목했다고 합니다. 구글 글래스로 초당 10장의 사진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사람의 감정을 분석하는 기술이죠. 앱으로 받아들인 정보가 외부로 전송되지 않아서 구글 글래스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프라이버시 문제는 없다는 게 연구팀의 입장입니다.
이런 앱을 만든 이유는 뭘까요? 연구팀은 자폐증처럼 상대의 감정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소통의 보조기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술이 좀더 발달하면 그 반대의 기능으로 쓰일 수도 있겠죠. 해당 앱은 아직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소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앱을 선보일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시연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무섭다”고도 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나 비밀번호 만큼 내 감정도 중요한 프라이버시니까요. 연구는 계속될 거고 구글 글래스가 분석할 수 있는 감정은 더욱 풍부해질 겁니다. 연구팀은 이 프로그램이 학습을 통해 더욱 많은 감정을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 돼 있다고 했죠.
하지만 언어로도 다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그래프에 담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입술을 삐죽 내민다면 ‘화남’으로 표시될까요? 빨갛게 상기 된 볼이 화가 나서인지 수줍어서 인지 분석될 수 있을까요. 기술의 발전이 놀라운 만큼, 기술의 한계가 달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