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국격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는 한 국가의 대외적인 품격입니다. 그건 또 무슨 의미일까요. 군사적·외교적 영향력이나 경제력을 말하는 걸까요?
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한민국의 국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한 네티즌이 유엔 산하기구인 유니세프의 2013년 한국위원회 연차보고서 중 일부를 찍어 올린 글이었습니다. 이 네티즌은 최근 유니세프 후원을 시작해 이 책자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학생이라 지갑이 넉넉하진 않지만 월 3만원 정도 후원을 한답니다.
보고서에는 국내 후원자 수가 34만8000여명이라고 소개됐습니다. 글쓴이는 처음에 “이것 밖에 안 되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우리 국민의 1%도 안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곧 생각이 달라졌답니다. 나라별 기부금 순위를 보니 이는 결코 적은 게 아니었던 거죠.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입니다. 기부금 총액은 8761만5000달러(약 888억3000만원)으로 1위인 미국이 우리의 2.5배입니다. 대단한 수치가 아닌가요? 우리나라 인구수는 세계 26위입니다. 인구수 세계 3위인 미국은 우리보다 6.5배 많습니다. GDP차는 무려 14배입니다.
다음 내용도 놀랍습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설립된 1994년과 비교해 지원금과 모금액 규모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겁니다. 불과 20여년 만에 수십 배가 증가했습니다. 초기 1000여명이었던 후원자수는 300배 정도 늘었습니다. 경제발전 속도만큼이나 기부문화도 빠르게 정착돼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글쓴이는 “이런 게 진짜 국격이 아닐까 싶다”고 적었더군요.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수혜국에서 지원국이 된 유일한 나라” “오랜만에 한국이 자랑스럽다”며 반겼습니다. 유니세프는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에 식료품, 의류, 담요, 비누 등의 구호품을 지원했지요. 이후 전염병 퇴치 같은 국내 여러 보건사업도 지원했고요.
어떤 네티즌은 “절망감이 뭔지 아는 우리가 힘든 사람들의 고통을 더 잘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이는 “진 빚을 갚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더군요. 몇몇 사람은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며 계좌내역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매달 몇 천원, 몇 만원씩 기부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직장을 그만둬 액수를 조금 줄였지만 재취업하면 원상복구할 거라는 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조심스레 기부사실을 털어놓는 이들. 기뻐보였습니다. 댓글까지 전부 훑은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게 나라의 품격이 아닐까하고 말이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