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유래 없는 누드사진 유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만 100명이 넘습니다.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미국 톱스타들입니다. 배우 제니퍼 로렌스를 비롯해 케이트 업튼, 커스틴 던스트, 킴 카사디안, 힐러리 더프, 리한나. 에이브릴 라빈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사진 속 스타들은 알몸이거나 속옷만 착용한 상태였지요. 대부분이 사적으로 촬영해 소장하던 것들이었습니다.
미국은 물론 세계 네티즌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여성 섹시스타들의 누드 사진이라니.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죠. 유출경로가 어땠는지는 어느새 관심에서 벗어난 듯 보였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사진이 수록된 사이트의 링크를 찾아다니거나 퍼 나르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한껏 달아오른 인터넷 분위기에 경종을 울린 글이 있습니다. 호주 온라인 매체 데일리라이프가 사건이 일어난 1일(한국시간) 게재한 칼럼입니다. 제목부터 시선을 끕니다. ‘당신이 제니퍼 로렌스의 누드 사진을 클릭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글로 번역돼 2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칼럼의 필자인 클레멘타인 포드는 이번 사건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파렴치한 폭력”이라는 제니퍼 로렌스의 대변인 말을 인용해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유출된) 사진들을 공유하는 사람은 폭력을 행하는 것이며, 보는 사람 역시 진행 중인 폭력을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이번 사태가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엄연한 범죄라는 겁니다.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를 가십거리로 삼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피해를 입은 스타들을 비난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런 사진을 찍은 당사자의 잘못”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면서 말이죠. 그는 “셀프 누드사진을 찍는 건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라며 “그들은 범죄 행위를 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이 피해자가 되리라 예상하지도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포드는 끝으로 “너무 아이러니컬한 느낌이 든다”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시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몇 가지만 수집해도 항의하면서, 왜 돌아서선 다른 여자의 몸 사진을 돌려보며 즐거워하느냐는 겁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많은 네티즌들도 공감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맞는 말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느낀다” “(피해자에게) ‘왜 찍었냐, 왜 올렸냐’하는 등의 말은 정말 불편하더라. 남의 사생활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보탰습니다.
몇몇 네티즌들은 “로렌스 몸매가 좋다기에 찾아봤는데 정신 차려야겠다”며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더군요. 호기심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고통이 단순한 흥밋거리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글도 보입니다.
사건은 아이클라우드(애플의 데이터저장 서비스) 계정이 해킹당하면서 저장된 사진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필연적인 일일는지 모릅니다. 언제든 또 재발할 수 있겠지요. 다음 피해자가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을 테고요. 하지만 대처하는 모두의 자세가 성숙하다면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