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사생팬이 활동비 마련을 위해 사기와 횡령까지 저질렀다.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사진을 찍으려고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대여점에서 빌린 뒤 잠적하고, 인터넷거래 사기도 쳤다. 택시 대절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만 스물한 살 여성의 비뚤어진 팬심은 구속 수감으로 드러났다.
5일 경기도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28일 인터넷 '중고나라'에서 DSLR 카메라 판매자에게 돈을 보냈으나 물건을 배송받지 못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조사결과 남모(21·여)씨는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모두 9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에게서 470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남씨가 자신의 것처럼 속인 카메라 등은 모두 대여점에서 빌린 뒤 반납하지 않은 것이었다.
노트북, DSLR 카메라, 렌즈 등 횡령한 물건값은 1100만원에 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이 없던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엑소를 따라다니려면 돈이 필요한데 방법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사생'이란 특정 인기 연예인의 사생활과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내려고 밤낮없이 따라다니는 극성 팬을 일컫는다.
보통 많게는 대여섯 명까지 무리지어 연예인의 숙소와 동선을 감시하며 쫓아다닌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생의 나이대는 보통 20∼4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 또한 집에도 자주 가지 않고 엑소의 숙소 근처 카페에서 밤을 지새는 등 과도한 팬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를 모두 여읜 남씨는 ""'사생'을 할 때만큼은 행복해서 그랬는데 지금은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남씨를 구속하고 엑소의 모습을 찍는 데 사용됐던 고가의 장비들을 모두 압수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