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황당한 아이폰6 구매 줄… 잡스도 화낼 듯

[친절한 쿡기자] 황당한 아이폰6 구매 줄… 잡스도 화낼 듯

기사승인 2014-09-05 19:00:55
CNBC 뉴스 화면 캡처

댄 밴튼 트위터 화면 캡처

소문만 무성했던 아이폰6의 정체가 오는 9일 드디어 공개됩니다. 애플 마니아들이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걸까요? 뉴욕에 있는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는 벌써부터 구매 줄이 등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소식은 지난 3일 처음 알려졌습니다. 뉴욕에 사는 댄 밴튼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안드로이드 폰을 사기 위해 6일 전부터 기다리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라고 적고 한 장의 사진을 첨부했죠. 뉴욕의 랜드마크가 된 맨해튼 5번가의 애플 스토어 앞에서 간의의자를 펴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폰6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외신들은 앞다퉈 이들의 소식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미국 CBS 뉴스도 5일(현지시간) 줄을 선 네 사람들의 인터뷰를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의외입니다. 이들이 노숙을 하게 된 이유가 아이폰 때문만은 아니었거든요.

줄의 맨 앞에 선 사람은 미시시피주에 살고 있는 제이슨-문 레이 부부입니다. 부부는 새로운 원격진료 모바일 앱을 홍보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제이슨씨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냐고요? 아닙니다. 제이슨씨는 비즈니스 컨설턴트입니다. 아내인 문씨는 배우와 모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앱 개발자과 계약을 맺고 이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언론과의 인터뷰마다 해당 앱을 열심히 홍보해주고 있죠.

그들 뒤에는 조셉 크루즈씨가 자신의 사촌과 함께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레이 부부보다 먼저 도착했지만 부부와 자리를 바꿨습니다. 당연히 공짜는 아닙니다. 부부는 자리 값으로 2500달러(약 256만원)를 지불했습니다. 첫 번째 자리에 서야 훨씬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이죠.

크루즈씨와 사촌은 최근 5년간 애플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거리 노숙을 했습니다. 아이폰 구매 줄에 서는 일이 회사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물론 자신들의 회사는 아닙니다. 두 사람은 중고 전자제품 판매 업체의 로고가 박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업체는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두 사람의 아이폰6까지 구매해주기로 합의했습니다. 크루즈씨의 원래 직업은 음악 프로듀서라고 하네요.

애플은 9일 4.7인치와 5.5인치로 제작된 두 가지 버전의 아이폰6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출시 예정일은 정해지지 않았죠. 현재까지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한 최대 대기 기록은 18일입니다. 아이폰6가 19일 이후에 출시되면 레이 부부와 크루즈씨 일행은 종전 기록을 경신하게 됩니다.

이들은 기록을 깨겠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분명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겠죠. 그런데 어쩐지 씁쓸합니다. 이들이 진짜 애플의 팬이었다면 하루라도 더 빨리 아이폰을 만나고 싶지 않았을까요? 기록과는 상관없이 말이죠. 애플의 정신적 지주였던 스티브 잡스는 이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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