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인터넷에 있으니까 써도 된다? 창작물 무단도용 사태 ‘씁쓸’

[친절한 쿡기자] 인터넷에 있으니까 써도 된다? 창작물 무단도용 사태 ‘씁쓸’

기사승인 2014-09-09 08:00:55
온라인 커뮤니티 SLR클럽

발단은 티셔츠 한 장이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문구가 적힌 재미있는 티셔츠였죠.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검정색 바탕에 흰 글씨가 적힌 티셔츠 디자인이 올라왔습니다. 옷의 앞면에는 ‘내리고 타라’, 뒷면에는 ‘나도 내리니까 밀지 마’라고 써있습니다. 붐비는 지하철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재미있게 표현한 겁니다. 네티즌들은 “실제로 입고 출퇴근 하고 싶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센스 있다” 등의 댓글을 달며 즐거워했습니다.

이 기발한 티셔츠는 SNS에도 퍼져나갔습니다. A씨도 트위터에서 해당 이미지를 보고 ‘빵’ 터졌죠.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의 팬아트를 트위터에 올렸던 A씨는 티셔츠를 이용해 새로운 일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만화 캐릭터가 이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타는 장면을 그린 거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A씨가 개인 트위터에 올린 일러스트는 어느새 티셔츠 이미지와 함께 일파만파 퍼져나갔습니다. A씨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던 티셔츠 문구처럼 재미를 위해 그려진 그림 같았습니다. 티셔츠 제품을 홍보하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곳곳에서 자신의 그림을 발견한 A씨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원본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건 다반사였고 일부러 출처를 지운 흔적까지 있었거든요. 그림을 잘라 사용한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삭제 요청을 하자 ‘그깟 그림 갖고 왜 그러냐’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A씨의 그림은 더 이상 A씨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 (그림을) 그렸나 후회까지 된다”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생색내는 건가 싶다”라며 힘든 마음을 토로하던 A씨는 결국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의 그림을 보며 재밌어하고 공감해주는 건 고맙지만 처음부터 공유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는 내용이었죠.

A씨는 “눈에 띈 것은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다 페이스북에도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더 이상은 부탁해서 지우는 수준을 넘었다 싶어 반쯤 포기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확산시키지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유머 짤방(인터넷 게시물에 의미 없이 첨부되는 그림)이 아니라 한 사람의 팬아트라는 걸 알고 봐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A씨의 그림이 결국 영리 목적으로 무단도용 됐습니다. 스마트폰 메신저 이용자들을 이벤트에 참여시키기 위한 홍보성 이미지로 등장한 거죠. 엄연한 저작권 침해였습니다. A씨는 “이건 아니라고 본다”며 다시 한번 긴 글을 올렸니다. “기업이나 회사나 특정 서비스에 올라가서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죠.

문제의 일러스트는 지금도 여러 커뮤니티와 SNS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A씨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올린 그림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다는 걸요. 하지만 우리는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있다고 해서 저작권까지 공유하는 건 아니라는 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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