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14살 소녀가 제안한 사이버 폭력 예방법? 의외로 간단할지 몰라요

[친절한 쿡기자] 14살 소녀가 제안한 사이버 폭력 예방법? 의외로 간단할지 몰라요

기사승인 2014-09-10 08:00:55
트리샤 프라부의 연구 소개 동영상 캡처. 300명이 청소년이 각각 5개의 악성 메시지 샘플을 받아 메시지를 SNS에 올릴지 선택했다.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미국의 사는 14세 소녀가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지금 구글은 과학경시대회 ‘구글 사이언스 페어 2014’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대상은 13~18세 청소년입니다. 전 세계에서 1만여편의 논문이 접수됐고, 지난달 15명이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톱15 모두 청소년의 아이디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문적이고 혁신적입니다. 그래도 유독 화제가 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죠. 외신들은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는 트리샤 프라부(14)를 주목했습니다. 연구주제가 우리에게도 익숙합니다. ‘사이버 폭력 예방법’이거든요.

지난해 미국에선 약 43%의 청소년이 사이버폭력을 겪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피해자의 38%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로 시도했고요. 프라부도 11세 소녀가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언가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이버폭력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 거죠.

프라부는 청소년들이 악성 메시지를 올리는 이유가 사고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덜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전두엽은 25세 정도에 완성되거든요. 프라부는 메시지를 보내기 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악성 메시지가 줄어들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생각하기(Re-Think)’ 프로젝트였습니다.

프라부는 학교와 인근 도서관 등에서 무작위로 300명을 선정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한 사람당 5개의 악성 메시지 샘플을 보여주고 SNS에 올릴지 결정하게 했죠. 참가자는 모두 12~18세입니다.

150명의 청소년들은 메시지를 올릴 때 “이 메시지를 게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평소 SNS에서 접하는 문구와 같습니다. 반면 나머지 150명에겐 “이 메시지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정말 메시지를 올릴 건가요?”라는 알림창이 나오게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평범한 알림창이 나온 그룹에선 67%의 청소년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메시지를 전송했습니다. ‘다시 생각하기’ 그룹에서도 처음엔 72%가 유해한 메시지를 보내려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알림창을 본 후 무려 93%의 청소년이 악성 게시물을 올리는 걸 그만뒀습니다.

프라부는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생각하기’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이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글을 올리기 전에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답이었는데 말이죠. 프라부는 이 프로젝트가 SNS뿐만 아니라 모든 인터넷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사이버 폭력을 막기 위한 수많은 법안과 정책이 쏟아졌습니다. 하나의 문제에 대응하면 새로운 범죄가 등장했고, 우리는 또 다른 해결책을 찾기 바빴습니다.

프라부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14세 소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클릭 한번, 터치 한번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라고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