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파워블로거를 사칭해 수십억원을 꿀꺽할 수 있었을까. 무직의 20대 여성이 41억원을 편취한 범행수법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송파경찰서 박병헌 경위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명 ‘파워블로거 사칭 사기녀’ 박모(23)씨가 거액을 챙긴 수법을 공개했다.
박 경위에 따르면 박씨는 “파워블로거인 자신을 통하면 명품 가방이나 시계 등을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후 유명브랜드 매장 내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50%의 대금만 받고 물건을 전달했다. 이처럼 자신의 돈으로 미리 값을 치른 후 피해자들이 할인을 받은 것처럼 믿게 하는 수법으로 환심을 샀다.
진행자가 “피해자들은 왜 박씨가 실제 파워블로거인지 확인하려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박 경위는 “블로그가 노출되면 계약이 해지돼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식으로 기만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할인받은 가격에만 집중하면서 박씨가 파워블로거인지 아닌지 확인은 등한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경위는 또 “부유층이 많이 다니는 미장원 원장과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 접근했다”며 “원장이 ‘실제로 싸게 구입을 했다’며 입소문을 내자 부유층 고객들이 들어 현역 프로야구 선수와 중견업체 사모님 등이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박씨는 “30억 상당에 달하는 용산구 한남동의 74평형 고급 아파트를 7억~10억원 상당에 구매할 수 있다”고 속여 예치금 명목으로 3억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박 경위는 박씨가 자금을 마련한 경위에 대해 “유명브랜드 가방이나 시계를 거래할 땐 돌려막기 식으로 했고. 그 이후엔 피해자들이 건넨 돈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결국 돌려막기 과정에서 금액이 너무 커져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돼 피해자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러한 범행 수법은 거액의 수익을 빌미로 받은 투자금을 이용해 후속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금융사기인 ‘폰지 사기’와 닮았다. 1920년대 초반 미국 플로리다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크게 벌여 유명해졌다. 소위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수법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지급해야 할 액수에 결국 모자랄 수밖에 없어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사례로는 (주)리브라는 회사를 설립해 4조원 상당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중국으로 도주한 조희팔 사건이 있다. 그는 더 큰 수익을 보장하며 배당금을 재투자하게끔 유도해 피해액을 크게 늘렸다. 조희팔은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