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지애가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강용석 전 의원에게 화해를 요청했다.
이지애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이라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며,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된다”면서도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다”고 남겼다.
이지애가 말하는 정치인은 강용석 전 의원으로 보인다. 강 전 의원은 지난 2010년 대학생 토론 동아리와의 저녁 자리에서 ‘여자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줘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는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강전 의원의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모욕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무고죄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지애는 “이제는 케케묵은 이야기, 4년 전 한 정치인의 발언이 도화선이었다. 아직도 그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아나운서들의 상처는 꽤 깊었다”며 “처음 이 얘기를 들은 아나운서들의 반응은 황당함이었다”며 “도대체 무얼 줘야 했느냐고 우리끼리 서로 묻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이 흘러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이는 곧 분노와 억울함으로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액면 그대로 보자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이야기는 맞는 것도 같다”며 9년차 아나운서로서 5년간 주 7일 근무로 시간 건강, 청춘 등을 내줬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의 의미는 이러한 것이 아니었기에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다. 여전히 여자 아나운서의 기사 밑에는 알 수 없는 말줄임표 댓글이 달리곤 한다”며 “여전히 그 말 사실이냐고 묻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만날 때면 참으로 허망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제는 다 준다는 의미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나 사랑의 표현으로만 사용되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마음 고생했을 그 분과도 아직도 오해하고 있을 일부 대중과도 이제는 화해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