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사람 만나기 꺼려짐’… 우릴 울컥하게 한 취준생의 글

[친절한 쿡기자] ‘사람 만나기 꺼려짐’… 우릴 울컥하게 한 취준생의 글

기사승인 2014-09-15 14:34:55
사진=국민일보DB

무더위가 한풀 꺾였습니다. 바람이 조금씩 차가워지는 요즘. 기업들의 하반기 공채 채용이 한창입니다. 각종 채용 정보가 쏟아지고, 원서지원 마감 일정은 줄줄이 이어집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바쁜 하루를 마감하고 밤이 오면 취준생들은 더 생각이 많아집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수많은 댓글과 공감수를 기록한 이 글 역시 한밤 중 올라왔습니다. ‘취준(취업준비)하면서 힘든 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취준생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14일 게재했습니다.

글쓴이는 본인이 최근 느낀 심경을 담담하게 써내려갔습니다.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심경을 정리했는데요. 첫 항목부터 마음이 쓰립니다. ‘사람 만나기가 꺼려짐.’

이제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졌답니다. 그는 “어느새 친구들의 안부전화 첫 마디는 ‘잘 지냈어’가 아닌 ‘취업 했어’가 됐다”며 “‘○○야, 요즘 왜 이렇게 보기가 힘드냐’고 하는 친구들 말에 가슴이 아프다”고 적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글쓴이는 “대학 다닐 때는 등록금을 책임지다 졸업한 뒤에는 취업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손수 마련해야 한다”며 “당장 자소서 쓰고 인적성 준비하고 각종 자격증 시험에 토익은 매번 봐도 점수가 낮은 것 같고, 면접이라도 보려면 복장은 물론 머리하는 비용까지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크고 작은 지출이 잦으니 주머니 사정은 늘 좋지 않지요. 친구와 하는 가벼운 외식도 부담이 됩니다. 글쓴이는 “가끔 영화를 보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모든 것이 사치로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나가면 모든 게 ‘돈’이니 자연히 집에 있는 시간만 늘어나는 겁니다. 점점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 생활은 곧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지죠.

무엇보다 스스로 느끼는 내적갈등이 제일 큰 시련으로 다가옵니다. 글쓴이는 “점점 희망은 보이지 않고, 마지막으로 웃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날만큼 웃는 게 힘들어졌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주위 시선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미안하기도 하다”며 “끊임없이 스스로와 싸우면서도 자신을 믿는 게 참 힘들다”고 하더군요.

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완전 공감한다”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가늠하기도 힘든 현실”이라며 “남들 하는 대로 좇아가다 취업해서도 원하지 않는 일에 타협하며 쥐꼬리만한 월급과 긴 노동시간, 높은 주택임대료에 허덕이며 무작정 달리는 게 요즘 대다수의 젊은이들인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겨 높은 추천수를 기록했습니다.

글을 한참 읽다보니 저의 취준생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많이 외롭고 힘들고 쓸쓸한 시기지요. 당시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은 “인생은 역시 혼자”라거나 “외롭다” “답답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부정적이었죠.

그래서 압니다. ‘다 잘 될 거야’라는 위로는 공허합니다. ‘힘내’라는 말도 큰 의미를 갖진 않겠지요. 다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취준생들 파이팅!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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