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인천 부평여고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제보를 했습니다. 학교에 온 일본 하키 대표 선수들이 기념품을 건넸는데 전범기 모양의 배지였다네요.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그 전범기였죠. 받고나서 크게 당황했답니다.
최근 이 학생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시안게임 때문에 일본선수들이 하키 연습하러 우리 학교에 왔다”며 “아이들은 환영해줬는데 전범기가 있는 배지와 땀 닦은 휴지를 던졌다. 화가 나서 제보한다”고 알렸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려 한 거겠죠?
배지는 해적 모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전범기 아래 JHA(Japan Hocky Association), 일본 하키 협회의 약자가 적혀있네요. 공식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협회 로고가 맞았습니다. 문제의 전범기는 욱일기입니다. 독일의 나치 상징 문양처럼 일본 제국주의와 침략의 역사를 떠올리게 해 세계무대에서 금기시 합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선다우너즈(Sundowners)가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미 해군전투비행단 선다우너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파의 전투를 위해 1942년 창단했습니다. 선다우너즈 마크는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일본의 해를 형상화했죠. 일본의 침략과 야욕을 무너뜨리겠다는 표현입니다. 상식적으로 일본 하키 협회에서 전범기에 대항하는 선다우너즈 마크를 사용할리는 없어 보입니다.
네티즌들이 설전을 벌이자 다른 학생이 상황을 다시 설명했습니다. “일본 하키 선수들이 고맙다는 의미에서 배지를 던진 게 아니라 뿌리고 갔다”며 “말 그대로 받는 학생 하나도 없었는데 뭉텅이로 던지고 갔다. 뿌린 배지들은 교내 학생들이 수거하여 분리수거 하거나 역사 선생님께 가져다 드렸다”고요.
이어 “학교에서 인천 아시안 게임 측에 알리겠다고 교내 방송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었는데 댓글에서 일본 선수측이 호의로 했다는 걸 보고 정정하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네티즌들은 “미군이 초콜릿 던져주는 것도 아니고” “다시 집어던졌어야지” “학생들 개념있네” “결승에서 우리나라랑 만났으면 좋겠다” “선물로 준거 같은데 전범기가 그려져 있으니 화날 수밖에” “일본 선수들 의도적인건가? 협회가 문제인 듯”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직위원회 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선수들이 배지와 휴지를 던진 것은 아니다. 선물로 건넨 배지에 전범기가 그려져 있어 학생들이 당황한 건 사실”이라며 “일본 측에서도 자세한 사항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식 입장은 정리 후 밝히겠다네요. 조직위 측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학생들의 역사의식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