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편견만큼 고치기 어려운 병이 있을까요.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스케어리마미(Scarymommy)’에는 최근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걸린 내 아이가 당신의 아이과 함께 놀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깜짝 놀랐을 겁니다. HIV는 전염되는 바이러스니까요.
글쓴이는 미국 텍사스에 살고 있는 젠 모셔입니다. 그는 HIV에 감염된 중국 아이를 국제 입양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고아원에서 사진기자로 일한 후 결심한 일입니다.
모셔는 자신의 아이가 당신의 소중한 자녀와 학교, 운동장, 수영장 등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의사와 치과의사를 제외하면 아무도 자신의 딸이 HIV 양성 감염자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당연히 사회의 편견 때문입니다.
입양을 도와준 단체는 모셔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수많은 낙인과 무시를 받을 겁니다. 이미 당신의 중국 아이는 (동양인이라는 것만으로) 당신의 사회에서 눈에 띕니다.” 하지만 모셔는 왜 자신의 딸이 HIV 감염자라는 사실을 유치원에, 교회에, 보육기관에 말하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HIV는 현대 의학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병인데 말이죠.
모셔의 딸은 4개월마다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습니다. 결과는 항상 ‘아무런 바이러스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아이가 무릎을 다치면 모셔는 밴드를 붙여 줍니다. 함께 식사하고 물을 마시고 뽀뽀도 합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될 거라는 걱정은 전혀 없습니다.
모셔는 아이의 친엄마가 임신 중에 약을 복용했다면 아이가 HIV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약이 비싸서 구할 수 없었던 건 아니냐고요? 놀랍게도 중국에선 HIV 약이 무료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그 사실을 몰랐던 거죠. 모셔는 사람들이 HIV 검사에서 양성 판정 받는 일을 사랑하는 이들을 죽이는 일로 받아들인다고 말합니다.
현재 에이즈는 만성질환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당뇨병 같은 겁니다. 미국에선 HIV 감염자가 감염사실을 의료진 이외의 사람들에게 알려야할 의무가 없습니다. 일상에서 감염이 이루어진다면 국가에서 그들을 일찍이 격리시키지 않았을까요?
모셔는 호소합니다. “인터넷에서 HIV를 검색해보세요. 그리고 소아과 의사들과 얘기해보세요. 진실을 알기 위해 연구결과들을 공부해보세요. HIV는 무섭지 않아요. 무지와 편견이 무섭죠.”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