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남남북녀’로 가득한 아시안게임 보도? 이제 벗어날 때도 됐죠

[친절한 쿡기자] ‘남남북녀’로 가득한 아시안게임 보도? 이제 벗어날 때도 됐죠

기사승인 2014-09-25 06:00:55
2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여자 단체 규정종목에 출전한 북한팀 선수들이 멋진 수중연기를 펼치고 있다. 인천=이병주기자 ds5ecc@kmib.co.kr

‘남남북녀’라는 말이 여전히 통하는 걸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지만 북한의 선전이 눈에 띕니다. 북한은 24일 기준 종합순위 7위에 올랐습니다. 역도에서만 세계기록을 4개나 갈아치웠습니다. 금메달 3개를 포함해 메달 수가 벌써 15개입니다.

그런데 북한 선수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유독 ‘미녀’라는 단어가 많이 보입니다. ‘미모의 북한 선수’ ‘북한 미녀’ ‘북한 얼짱’. 사실 350명으로 구성된 북한 응원단이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북한 미녀 응원단’이라는 단어는 관용어처럼 쓰였습니다. 응원단의 방문은 취소됐고, 스포트라이트는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에게 돌아갔지만요.

예쁘다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북한 선수들의 외모를 칭찬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을 향한 관심이 겉모습에만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 22일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이 단체종목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후 방송 인터뷰에선 성형여부를 묻는 질문까지 나왔습니다.

당시 장연실 북한 싱크로나이즈드 감독은 “어떤 훈련을 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여기서 한마디도 말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기자는 “북한에도 성형수술이라는 게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장 감독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성형수술이 뭡니까”라고 되물었죠. 설명을 들었는지 곧 “네, 원래 그 얼굴입니다”라는 멘트가 이어졌습니다.

뉴스가 나가자 SNS에는 “대체 성형 질문은 왜 했느냐”는 질책이 쏟아졌습니다.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이 미모로 화제를 모았다고 하지만 적절치 않은 질문이었다는 거죠. 당시 방송 리포트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북한 선수들’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도 비난을 받았습니다. 트위터리안 @_ho**는 “실력보다 성형이, 얼굴이 더 중요한 나라”라고 적었습니다.

북한 선수들을 다룬 다양한 기사 나오기 어려운 건 취재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역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북한 선수들은 경기직후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다른 종목의 선수들도 기자들을 피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세계신기록을 달성한 엄윤철(23)과 김은국(26) 선수는 23일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는 조직위원회의 통역사가 아니라 북한의 통역사가 등장했습니다. 김정은을 국가원수(marshal)가 아니라 지휘관(commander) 등으로 격하시키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심지어 한국기자들의 질문도 통역사를 거쳐 전달됐습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인터뷰는 김정은 칭송으로 가득 찼습니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벽은 여전히 높고 두껍습니다. 하지만 남남북녀도 이제는 옛말입니다. 남한의 여성들이 예뻐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오래된 표현이라는 뜻입니다. 해묵은 표현을 벗어난다면 우리와 좀 더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 인종, 종교까지도 뛰어넘는 게 바로 스포츠잖아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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