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개발자가 만든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이 국내 애플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에서 나흘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규 다운로드를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제치고 말입니다. 심지어 SNS는 ‘사이버 망명’이라는 말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며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검찰은 이틀 만에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수사팀을 꾸렸죠. 카카오톡 등에서 이뤄지는 사적인 대화까지 검증한다는 소문이 돌자 네티즌들이 새로운 메신저를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SNS에는 최근 “텔레그램으로 갈아타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었습니다. 심지어 지난 27일에는 텔레그램에 접속이 안 되는 사태까지 발생했죠. 물론 텔레그램 측은 트위터를 통해 “디도스 공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네티즌들은 국내에서 다운로드가 많은 현상과 연관짓기도 했습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의 SNS인 VK를 설립한 니콜리아·파벨 두로프 형제가 2013년 개발했습니다. 러시아 정보당국과 미국 국가안보국(NSA) 등으로부터 감시당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보안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만들었죠. 모토도 ‘개인정보를 보호받으며 이야기할 권리’(Tal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입니다. 지난해 20만 달러(약 2억원)의 상금을 걸고 해킹 콘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우승자가 없었다는 일화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은 전송된 모든 메시지를 암호화 해 기록을 남기지 않습니다. 비밀 대화방에서 나눈 이야기는 서버에 저장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전달된 메시지도 복사가 안 됩니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유료화 되는 건 아니냐고요? 두로프 형제는 “텔레그램은 영원히 무료”라며 “수익창출이 목표가 아니다. 광고가 없고 외부투자도 받지 않는 이유다. 우리는 이용자를 위한 메신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해를 받자 검찰은 곧바로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검색하거나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그조차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텔레그램 깔았다. 카톡에서 이사 갈 준비 완료”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니 누가 엿보는 거 같지 않아 좋다” “텔레그램은 국내에서 최초로 차단되는 글로벌 IT 서비스가 될지도 모른다” 등의 글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은 한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등 기존 메신저를 버릴 수 있을까요? ‘사이버 망명’이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에 반발하는 젊은 사람들이 한번 해보는 ‘해프닝’일지 지켜볼 일입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