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가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1TV ‘세계는 지금’ 고려인삼에 도전하는 중국 인삼 편에서 해당 자막이 등장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KBS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해명이 논란을 키웠습니다.
KBS 보도국 중국지국은 30일 “현지 국가에서 사용하는 지명을 기준으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것”이라며 “시청자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백두산이라고 사전에 언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첫 화면에는 백두산 천지라는 자막이 짧게 등장합니다.
이어 “북경 공항이 아닌 베이징 공항이라고 일컫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방송의 기획의도는 중국이 창바이산 인삼을 만들어서 세계 시장을 공격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시청자들이 보다 글로벌한 시각으로 방송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방송에서는 최근 중국 인삼이 친환경 재배와 생산공정 현대화, 고급 브랜드화를 통해 재탄생한 과정을 다뤘습니다. 이 과정에서 ‘옌변대 창바이산 생물자원센터 교수’ ‘중국 인삼의 대부분은 지린성에서 난다’ ‘옌볜 창바이산 지역’ 등의 자막이 나온 겁니다. 내레이터도 이를 그대로 발음했습니다.
창바이산은 중국에서 백두산을 일컫는 말입니다. 백두산을 중국 문화권으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때문에 한국인들은 창바이산이라는 명칭 자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청자들은 “독도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다케시마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거냐” “중국에서 동북공정에 혈안이 돼있는데 공영방송에서 꼭 이래야만 하나” “일관성을 가져라. 뉴스에서도 그러면 미국이라고 하지 말고 유에스에이, 영국은 잉글랜드라고 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론 제작진은 사전에 백두산을 언급했습니다. 외래어표기법을 따르려고 한 점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백두산은 역사적 문제가 얽혀 있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굳이 창바이산이라고 표기해야 했을까요? 그것도 공영방송 KBS에서 말입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