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한 경찰관이 일선 치안 현장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실천한 동료들의 얘기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하진형(52) 경정이 펴낸 현장 에세이 ‘꼭꼭 숨어도 머리카락은 보인다’는 현장 속 50여 편의 경찰 얘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도심 한 파출소 직원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휠체어를 타고 돌아오는 지체장애 여중생을 업고 오르막 계단을 올라 집에 데려다 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노숙인들의 의식주와 건강을 꼼꼼히 챙겨 ‘노반장(노숙인 반장)’ 정 경위, 20여 년 째 농촌 할아버지와 할머니 영정사진(장수사진)을 찍는 김 파출소장, 글을 모르는 70대 노인을 가르쳐 운전면허시험에 합격시킨 한 경위의 지극한 정성도 감동적이다.
양 경위는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팔순 할머니를 위해 승용차에 헌책을 듬뿍 담아 고물상에 옮겨주기도 했다.
여자 경찰관 주 경장은 아동 환자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져 대인 기피증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3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모발 기부를 했다. 박봉에도 급여의 3분의 1을 떼 복지단체에 기부하고 비번 날에 봉사 활동을 펼치는 오 경위, 술을 마신 노인에게 경운기 운전을 못 하게 한 뒤 무료로 경운기 대리 운전을 한 정 경사의 일화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책 중간에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경찰 팁”란을 마련해 경찰의 기원, 무죄추정의 원칙, 미란다 원칙, 착한 운전 마일리지 등에 관한 자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마지막 부분
‘사이버 추모관은 그들을 기억한다’에서는 피의자를 쫓다가 흉기에 찔리거나 교통정리를 하다가 역주행하던 차량에 치여 숨진 순직 경찰관 5명의 희생적인 활동상을 실었다.
하 과장은 “그저 이 한 권의 책으로 경찰과 국민이 한데 어울린 ‘더불어 사는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