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도 ‘자식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홍콩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행정수반)의 큰딸 렁차이얀(梁齊昕·22)이 그 장본인입니다. 최근 홍콩에서는 행정장관 선출안을 놓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홍콩 민주화 시위 세력은 렁 장관의 사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죠. 그런데 렁 장관의 딸이 SNS에 올린 글은 이런 아버지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렁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목걸이를 하고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마음에 들었는지 프로필 사진으로도 바꿨죠. 일부 네티즌들이 “개목걸이 같다”는 댓글을 달자 화를 참지 못했습니다. 렁은 “이 목걸이는 (홍콩 명품백화점) 레인 크로퍼드에서 산 것”이라며 “물론 당신들의 돈으로 샀다. 내 예쁜 구두와 드레스, 클러치는 모두 세금으로 샀다. 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 대부분은 실직자일 것이기 때문에 당신들 전부의 돈으로 산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적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렁은 또 자신을 비난한 사람들의 지식수준과 영어능력을 비하하며 “구글 번역기에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를 하면서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너희 엄마는 너희를 사랑하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에도 “나는 복면하고 장관 관저를 떠나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센트럴 지구로 갈 것”이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나를 때려봐! 바보들아”라고 적었습니다. 현재 이 글은 타인이 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국내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자식 문제와 연관지었습니다. 최근 남경필(49) 경기지사의 첫째아들 남모(23) 상병이 후임병 폭행 및 추행혐의로 논란을 빚었죠. 지난 4월에는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 예선(19)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방문을 비난한 여론을 거론하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느냐”는 글을 SNS에 올려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인터넷에는 “렁춘잉도 자식농사가 문제네” “정몽준 아들과 남경필 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 “홍콩 행정장관도 자식 때문에 뒷목 잡겠네” “딸과 아버지가 전생의 원수였나” 등의 반응이 많습니다.
마음대로 안되는 게 자식 농사라고 하죠. 고위층도 마찬가지입니다. 렁 장관은 4일(현지시간) TV 긴급 연설을 통해 “정부청사 진입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6일 오전 공무원들이 정상 근무할 수 있도록 청사 점거를 풀고 물러나라”고 통보했습니다. 시위대 걱정보다 집안단속이 더 급해 보입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