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모든 모순은 근본적으로 공급자본은 모두 사적시장에 의존하면서도, 서비스 제공은 공적요구에 따르는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이것이 한국 의료체계의 운명을 결정했고, 그 운명으로 인해 모순이 발생한다.""
지난 2001년 '의사들도 할 말 있었다'는 제목의 저서를 통해, 의약분업 당시 벌어졌던 의료대란의 근본 원인과 그 안에 숨은 한국 의료의 모순을 고발했던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다시 의사들 앞에 섰다.
의약분업 이후 십수년의 세월이 흐른 2014년, 한국 의료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8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연자로 나선 송호근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여전히 모순의 연속이며, 비정상성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사적자본에 대한 공적요구…모순(矛盾)의 근본원인""
그 핵심은 사적공급과 공적요구가 공존하는, 이른바 혼합체계에 있다. 의료기관의 공급은 모두 사적자본, 다시 말해 의료인의 부담에 의존하면서도, 서비스 가격은 수가로 묶여 정부의 통제를 받는 방식이 모순의 근본원인이라는 얘기다.
송 교수는 ""쉽게 말해 정부가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각각의 물건에 정찰가격을 그것도 시장가격의 70~80%에 불과한 가격을 붙여놓고는 잘 지내봐라 하는 꼴""이라면서 ""이 같은 체계를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는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교수는 우리나라가 유독 의료에 대해서만 특별히 엄격한 통제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의료와 유사한 수준으로 공공성을 요구받는 교육의 경우에도 사교육 시장이 존재하지 않느냐""면서 ""유독 의료에 대해서만 수요자에 대해서는 무한히 요구를 하도록 하고, 공급자에게는 무한히 수요자의 요구에 봉사하라는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송 교수는 ""(공공의료 체계로) 유명한 영국에서도 병원의 10% 정도는 보험에서 제외되는 영리병원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숨통을 트여준 것""이라고 소개하고 ""반면 우리나라는 숨통은 커녕 환풍구도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얘기하면 몰매를 맞거나 매장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의료 지속성 가능성 장담 못해""
송호근 교수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동네의원의 몰락과 대형병원의 영리화 등 한국의료의 생태계가 무너지는 문제들이 터져나왔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동네의원들은 평균 주 5.5일을 진료하고, 하루 평균 64명의 환자를 본다, 그럼에도 한해 동안 3000곳이 넘는 동네의원이 문을 닫는 것이 우리 의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약분업 이후 한국의료의 모순은 유지존속 되어왔지만 관료주의적 통제 안에 있다보니, 의료계가 독자적으로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웠다""면서 ""한국의료야말로 비정상성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호근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모순에 모순을 걸치고 있고, 그 안에 갇혀산다""면서 ""지금까지는 의사들의 희생으로 버텨왔지만, 앞으로도 우리 의료가 선진국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료계로 모이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겠느냐""며 ""우수한 인재들이 이탈해 정말 의료체계가 붕괴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시급히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 던진 화두는 '단합과 대국민 설득'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의료계를 향해 단합을 통한 의견개진과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를 통해 '의료계의 고립과 위기'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호근 교수는 ""1999년부터 지난 15년 동안 의료관련 기사를 수집해보면 의료계를 비난하는 기사가 95%에 달한다. 국민들의 인식 속에 병원은 비리집단, 의사는 부정한 집단으로 각인되어 온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이 같은 국민들의 인식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바른 의료정책 추진을 위해 의료관련 기관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정책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고신정 기자 ksj8855@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