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故) 신해철의 사망 원인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인으로 지목한 심낭 천공은 아산병원 흉부외과에서 진료할 당시 심낭 막에 구멍을 내고, 고름을 빼내는 배액관을 삽입했다는 설명이 있다. 국과수가 의인성으로 지목한 0.3㎜ 크기의 천공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규명해야 한다.
특히 신씨를 처음 수술했던 S병원에서 이미 심낭에 천공이 된 채 아산병원으로 이송됐는지 여부도 경찰이 밝혀내야 할 핵심 사항이다. 고인의 병원 진료기록에는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소견이 일부 담겼다. 주요 진료기록을 날짜별로 살펴봤다.
◆ 10월 17일 S병원에 복통과 마비성 장폐색으로 입원
-위밴드 수술은 알려진 것과 달리 5년전이 아닌 2012년에 했고, 이때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복부 수술을 받은 뒤 나타난 복부 통증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흉통 증상은 약간 비전형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술직전 심전도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맥박은 72회.
◆ 10월 18일 S병원에서 이틀째 입원 진료
-이날 진료기록에 현재 논란이 되는 위 접는 수술(laparoscopic sleeve gastroplasty)이 적혀 있다.
-고인에게 유착 박리술을 한 것으로 적혀 있다. 유착 박리술은 장과 장 사이 또는 장과 복벽사이의 유착을 떼어내 장폐색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이다. 이 수술 중에 장표면이 손상되거나 구멍이 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S병원에서는 위 접는 수술을 LSG.laparoscopic sleeve gastroplasty로 표현했지만 일반적으로 sleeve gastrectomy라고 쓴다. 위 대만부(긴쪽)를 절제해 없애는 수술을 말하는데, 진료 기록만 보면 약간 변칙의 수술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록에는 없지만 밴드를 수술 중에 제거하고 대안으로 했을 가능성도 있다.
-JP(배액관)을 제거하고 퇴원한 것을 보면 환자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폐색 수술(장관유착박리술) 후에는 물-미음-죽 순으로 먹여보고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 퇴원절차를 밟는다. 대개 5~6일 정도 소요된다. 수술기록에는 물(Sips of water)만 먹은 뒤 퇴원한 것으로 적혀 있다.
◆ 10월 20일 S병원에 새벽에 이어 재 방문
-고열이 있어 입원시키고 산소를 투여했다. 그러나 환자가 원해 퇴원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런 경우 대개 다음날 반드시 오게 하는데 7일치 퇴원 약을 준 점이 이상하다.
-S병원의 수술기록지가 빈약하고 수술명에 마비성 장폐색에 대한 복강경 유착박리술만 언급돼 있다. 수술을 어떤 식으로 했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위축소 수술은 왜 필요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없다. 밴드를 제거한 것으로 보이는데 밴드로 인한 위의 문제가 없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이런 기록이 전혀 없이 단순히 유착박리술만 했다는 건 이상하다.
◆ 10월 22일 S병원
-흉통으로 다른 병원 응급실을 권유한 기록이 있다. 흉통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심낭염과 심막 내부의 액체 또는 공기가 심장을 압박하는 심장압전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장실을 가다가 주저앉았을 때 부정맥을 동반한 심정지가 발생했다. 진료기록상 처치는 비교적 원활하게 늦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 10월 22일 서울아산병원
-수술 전 CT(컴퓨터단층촬영)에서 위-식도 접합부 부근에서 공기를 포함한 액체성분이 보인다고 적혀 있다. 이 부근의 장이 터져 공기와 장액이 나와 있다는 뜻이다.
-수술 전 심낭염 소견을 이미 짐작, 흉부외과 협진수술이 필요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위·식도 접합부는 심한 유착이 있어서 접근이 힘들었고, 무리해서 확인하지 않았다고 돼 있다. 수술 전 내시경에서 이상 소견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술 전 CT에서 좌상복부의 염증이 심하고 심낭염이 동반돼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무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괜찮다고 본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좌상복부 횡격막이 심한 염증과 하얀 백태로 약해 보였다고 기술된 부분도 앞뒤가 맞지 않다.
-흉부외과에서 심낭막을 천공시키고 배액관을 삽입하였다고 나타나 있다. 치료적 목적의 인위적인 천공으로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복벽을 닫지 않고 오픈한 채로 수술을 종료했다. 환자가 심각한 상황인 동시에 빨리 수술을 끝내야 할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해철은 지난 17일 스카이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고 통증을 호소했다. 22일 심정지로 쓰러져 아산병원으로 옮겨졌고 오후 8시 오장절제 및 유착박리술을 받았다. 그러나 27일 오후 8시19분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신해철의 사망이 의료사고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부검결과 소장 외에 심낭에서도 천공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추후 검사를 통해 고인의 사인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