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실의에 빠진 계약직 장그래, 내 얘기 같아 눈물 나네요”

[친절한 쿡기자] “실의에 빠진 계약직 장그래, 내 얘기 같아 눈물 나네요”

기사승인 2014-11-30 16:19:55
tvN 금토드라마 ‘미생’ 방송캡처

화제의 드라마 ‘미생’이 이번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이자 골칫거리인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습니다. 29일 오후 방송된 tvN 미생 14회는 가상의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다니며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장그래(임시완 분)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장그래와 계약직 조연들을 통해 사회초년생들의 애환을 대변해 표현한 겁니다.

방송에선 장그래가 정직원으로 입사한 동기와 다른 대우를 받습니다. 인사팀이 신입사원들에게 건넨 연봉계약서에 장그래의 이름은 없었죠. 장그래는 또 다른 직원들이 인센티브와 안식년에 들떠 있는 모습을 보며 “같은 사람이고 싶다”고 읊조리며 실의에 빠집니다.

마음이 심란해진 장그래를 본 오상식 차장(임성민 분)은 “평소대로 하라” “욕심내지 마라”라고 충고합니다. 장그래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욕심도 허락을 받아야 되는 겁니까?”에 이어 “평소대로만 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는 거죠?”라고 되묻습니다. 그러나 오 차장은 “안 될 것이다. 대학 4년에 어학연수를 다녀와도 취직 못해서 고통 받고 있다. 취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당연하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회사 매뉴얼은 철옹성 같다. 네가 끼어들 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네요.

비슷한 처지에 놓였거나 취업을 준비 중인 네티즌들은 “드라마를 보다가 서러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들은 “미생 보면서 많이 울었다”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끔찍하다” “낙하산, 고졸만 떼고 보면 내 얘기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계약직으로 일했던 경험담들이 쏟아졌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 경제단체에서 일하던 인턴 여직원이 정규직 전환만 바라보며 성추행을 참아내다 버림받자 자살한 일을 떠올렸습니다. 미생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계약직 여직원들의 모습이 종종 잡힙니다. 악역으로 잠시 등장했다 퇴장한 박 과장(김희원 분)은 여직원들의 뒷모습에 대고 “잘빠졌다” “실하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습니다. 또 정규직 직원과 다른 신년 선물을 받게 된 계약직 직원들은 “이거라도 주는 게 어디야”라고 말합니다. 장그래 역시 식용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한 네티즌이 “tvN의 모체인 CJ가 미생으로 계약직 이야기를 하고 드라마를 보는 계약직 직원들은 그것을 보고 눈물 흘리는 걸 보니 씁쓸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겁니다. 그는 “발에 차이는 게 계약직이고 비정규직인 곳에서 이런 얘기를 풀어내다니”라고 쏘아붙였습니다. tvN은 CJ E&M 방송사업부문에서 운영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채널입니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동조합니다. “삼성이 백혈병 영화 찍고, 홈플러스가 ‘카트’ 찍는 느낌”이라거나 “드라마 스텝의 90%는 계약직일 텐데 찍으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라는 댓글이 달렸네요. 한 네티즌은 “드라마가 세상을 바꿀 일은 없으니까 비정규직의 슬픔마저도 상품화해서 파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미생을 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열정 페이’(열정 있으니 적은 월급은 감수하라)와 연관을 짓는 이들도 있습니다. “장그래처럼 능력 있고 열정 있는 청년들도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실에 부딪혀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과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미생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 넘어가고 싶은 불편한 것들을 다뤄왔기에 공감을 얻게 된 것 아닐까요? 장그래가 마지막에 읊조린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라는 위로의 말도 씁쓸하게 다가오네요.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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