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국제시장’ 아버지를 위한 영화? 어머니의 희생도 있다

[쿡리뷰] ‘국제시장’ 아버지를 위한 영화? 어머니의 희생도 있다

기사승인 2014-12-02 06:00:55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누구는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이 아버지를 위한 영화라고 한다. 1950년대부터 우리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덕수의 인생을 통해 그렸으니 한편으로는 맞다. 덕수는 누구보다 고단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를 대변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남편 없이 삼남매를 키운 덕수의 어머니(장영남)와 덕수의 아내 영자(김윤진)가 있다. 덕수의 어머니는 남편과 딸을 전쟁 중에 잃고 남은 자식들을 위해 모질게 살아간다. 영자는 여동생 끝순이(김슬기)의 결혼자금을 위해 베트남으로 날아간 남편 덕수를 묵묵히 기다린다. 두 사람은 1950~1970년대를 살았던 우리들의 어머니로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장영남의 연기 내공은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들 덕수를 연기한 황정민은 장영남보다 세 살 많은 학교 선배다. 선배를 아들로 삼아 어머니 연기를 펼치기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그는 어려운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장영남은 시사회에서 “선배님이 현장에 있을 때 오롯이 덕수로 있었다. 엄마 연기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갔는데 잘 할 수 있게끔 유도해줬다”며 “(황정민이) 특별한 말을 하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굉장히 편안했다”고 말했다.

영자는 누구의 딸이면서 아내이자 며느리다.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덕수와 더불어 20대부터 70대까지 연기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섬세하게 표현된 검버섯, 주름, 표정, 걸음걸이에서 우리 어머니들의 고생과 헌신이 느껴진다. ‘이웃사람’(감독 김휘), ‘하모니’(감독 강대규)와는 다른 모성애 연기를 볼 수 있다.

각 인물의 캐릭터가 버릴 것 하나 없는 것도 장점이다. 오달수 정진영 라미란 김슬기 등은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했다. 영화 내내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특히 덕수의 단짝친구 달구(오달수)의 활약이 빛난다.

윤제균 감독은 “연기 이상으로 배우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덕수는 물론이고 덕수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친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한 가족을 그려내는 데 있어서 진정성이 묻어나길 바랐다”고 밝혔다. 감독의 연출력은 연기력과 개성을 갖춘 배우들과 탁월하게 조화됐다.

다만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이야기가 산만해졌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전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그래도 올 겨울 관객들의 마음을 무난하게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17일 개봉.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jyc8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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