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념하고 싶었던 걸까요? 수십명의 생사가 걸려 있던 호주 시드니 인질극 현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전 세계인을 경악하게 한 것은 인질범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는 50대 이슬람 과격주의자가 벌인 대규모 인질극으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그는 오전 도심 한 카페에 침입해 수십명의 인질을 구금했습니다. 현장에는 중무장한 대테러 특공대와 수백명의 경찰이 투입됐습니다. 대치는 새벽까지 계속됐습니다. 세계인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면서요.
어처구니없는 일은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인질극 현장 인근서 셀카(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촬영하는 것·셀프 카메라)를 찍는 사람들이 생긴 겁니다. 사람들의 눈에 띈 것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아니라 카메라였나 봅니다. 그들은 자랑거리를 본 듯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도 15일 이를 보도했습니다. ‘사람들이 시드니 테러가 발생한 곳에서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려 줄 서 있다’며 셀카를 찍는 이들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공개했습니다. 사진 중에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방송사 카메라를 배경으로 찍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함박웃음을 짓는 사람도 보입니다. 할 말을 잃을 정도입니다.
국내외 네티즌은 공분했습니다. “제정신이 아니다” “감정이 없는 동물이다” “저 앞에서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 싶을까?” “호주인으로서 창피하다”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면 못 했겠지” “사진이 뭐라고 저런 짓을…” “요즘 사회를 그대로 담은 사진이다.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이 있든 SNS를 손에서 안 떼는 우리를” “같은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싫을 정도입니다” 등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시대가 왔다고 봐야 할까요.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즐거움을 얻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드니 인질극의 끝은 비참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두 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