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크리스찬 베일(40)은 이름보다 ‘베일신’이라는 별명이 더 친숙하다. 팬들에게 연기의 신 혹은 체중 조절의 신으로 불린다. 섬세한 감정 연기는 물론 캐릭터를 위해 55~90㎏까지 자유자재로 몸무게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2000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감독 메리 해론)에서 81㎏이었던 그는 ‘머시니스트’(감독 브래드 앤더슨)에서 무려 30㎏을 감량했다. 잠을 자지 못해 자꾸만 여위어 가는 역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또 ‘아메리칸 허슬’(데이비드 O. 러셀)에선 사기꾼 역할을 위해 20kg을 늘렸다.
연기는 두 말 할 것 없다. ‘아메리칸 사이코’(2000) 속 베일의 연기는 최고로 꼽힌다. 극중 월스트리트 금융사 CEO이자 사이코패스로 분해 제대로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준다. 보는 순간 감탄할 수밖에 없다. 매 작품마다 끊임없이 변신하는 베일. 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캐릭터는 바로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배트맨이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고통 받는 영웅 배트맨으로 분해 카리스마를 뽐냈다.
베일은 2010년 영화 ‘파이터’에서 유명한 복서인 미키 워드의 형 디키 에클런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제68회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13년 아메리칸 허슬은 무려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영화에서 베일은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사기꾼으로 완벽 변신했다. ‘내가 알던 베일이 맞나?’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베일은 지난 3일 개봉한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감독 리들리 스콧)에서는 이집트의 홍해를 가르고 유대인을 탈출시킨 모세를 연기했다. 특히 신과 인간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세의 인간적인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뒤늦게 출생 비밀을 알고 힘들어하고, 어려서부터 형제처럼 지낸 람세스를 굴복시켜야 해 괴로워하기도 한다.
베일은 한 국내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기란 많은 것들은 의미한다”며 “재미있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끔찍하고 환상적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나에게 연기란 삶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때문에 그냥 좋기만 하지 않다. 때로는 안 좋은 것이기도 하다”면서도 “바로 그런 점이 인생을 재미있게 만들고 흥미를 유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예술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때론 예술이라는 것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동떨어진 것이 될 수도 있다. 연기의 이런 면이 나를 계속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이게 바로 베일이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아닐까. 베일은 이제 할리우드 영화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