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으로 전 세계 흥행을 일으킨 디즈니가 ‘빅 히어로’(감독 돈 홀)로 돌아왔다. 영화는 천재 공학도 형제 테디와 히로가 만든 힐링 로봇 베이맥스가 가장 사랑스러운 슈퍼히어로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와 마블 코믹스 원작이 만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주인공 히로의 형인 테드를 다니엘 헤니가 목소리 연기했고, 캐릭터 디자인 감독 등 한국 스태프들이 많이 참여했다. 한국 관객들을 배려한 장치가 아닐까.
돈 홀 감독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빅 히어로 내한 기자회견에서 “다니엘 헤니가 한국 톱스타인 걸 알고 있었다”며 “오디션에서 헤니가 첫 대사를 하자마자 큰 감동을 받았다. 헤니 안에는 따뜻함과 감동이 있어서 테디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빅 히어로가 성공하려면 테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테디는 이 영화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따뜻함과 유머 감각이 살아있어야 되는데 헤니가 잘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다니엘 헤니가 더빙 연기를 하면서 하는 행동, 제스처 등을 테디 캐릭터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디를 보면 다니엘 헤니가 연상될 수밖에 없다. 로이 콘리 프로듀서는 “헤니가 테디 디자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는 실제로 더빙 연기하는 사람이 아닌 배우를 찾았다. 헤니가 각 신 별로 다양한 감정을 잘 표현해줬다”고 칭찬했다.
그래서일까. 극중 헤니는 한국어로 연기할 때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처음 더빙 연기에 도전하며 많은 고충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테디는 순수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히로에겐 아버지 같은 존재”라며 “나에게 더빙연기는 정말 어려운 도전이었다. 최종 결과는 만족하지만 연기할 때 힘든 점이 많았다. ‘성우 분들이 정말 대단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감독, 제작자들의 기대에 부흥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우리나라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를 모티브로 한 ‘고고’ 캐릭터가 등장한다. 목소리 연기도 한국계 미국인 여배 제이미 정이 맡았다.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로서 가지는 의미가 크다.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는 “감독 동의 하에 김시훈 수석 캐릭터 감독이 처음부터 한국인으로 설정하고 고고를 그렸다”고 전했다. 영화에서 이러한 설명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더욱이 영화 배경인 ‘샌프란소쿄’(샌프란시스코와 도쿄의 합성어) 곳곳에는 일본 분위기의 주택과 간판, 장식물 등이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 ‘히로’(Hiro)도 일본 느낌이 진하게 베어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홀 감독은 “우리는 최대한 모든 국가에 어필할 수 있게 작품을 개발하려고 한다”며 “물론 이러한 노력이 빅히어로에도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겨울왕국 성공으로 많은 압박을 받지 않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돈 홀 감독. 그는 “오히려 기뻤고 많은 기대감을 갖게 됐다”며 “겨울왕국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겨울왕국의 한국 성공은 ‘빅히어로’가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