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인질 살해극] 협상가 “조기 진압? 그러면 나머지 2명도 죽었을 것”

[안산 인질 살해극] 협상가 “조기 진압? 그러면 나머지 2명도 죽었을 것”

기사승인 2015-01-14 15:17:55

‘안산 인질범’과 협상을 총괄 조정한 이종화 경찰대 교수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찰의 대응 미숙 지적을 반박했다. 조기 진압에 나섰다면 나머지 인질도 희생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수업을 하다 오전 11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는 이 교수는 14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도착 당시) 이미 두 사람이 사망한 걸로 추정할 정도의 대화 내용이 있었고, 인질범이 살아있는 큰딸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이 교수는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파악을 못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에 대해 “과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안의 상황을 어떻게 알겠나”라며 “들어가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당시의 진술로 봐서는 본인이 죽였다고 계속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들이 도착했을 때는 나머지 두 사람이 생존해 있는 걸로 파악을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살리자, 이런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며 “제가 현장에 있었지만 (경찰의 대응은) 크게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부 언론에 경찰이 작전을 너무 늦게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하지만 이 말엔 어패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인질 사건에서 인질이 희생되는 80%는 경찰이 구출작전을 할 때 발생한다.

이에 대해 그는 “가까운 예로 2002년 러시아 모스크바 극장 테러 당시 179명이 사망을 했는데 실제로 테러범이 죽인 건 3명밖에 없고 나머지는 경찰이 구출작전을 한다고 해 가스 풀어서 사망했다. 2004년에 러시아에서 테러범이 초등학교를 점거했을 땐 800명을 붙잡고 있다가 최종 382명인가 러시아 당국에서 사망을 했다고 했는데 대부분 사망자는 러시아 경찰이 직접 구출작전을 한다고 할 때 발생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조기 진압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협상을 할 때 인질범이 극도의 흥분 상태였다. 대화를 하며 자세를 조금만 옆으로 돌려도 잡혀 있던 큰 아이(딸)가 막 죽을 것 같다고 소리를 지르는 급박한 상황이었다”며 “그 당시에 만약에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구출작전을 감행했다면 살아 있던 2명도 결국 인질범에 의해서 희생당하지 않았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인질범과 아내의 통화에서 아내가 ‘왜 그렇게 사느냐?’며 자극하는 말을 했고 경찰이 이를 막지 못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건 경찰이 도착하기 전의 전화”라며 “서로 자극을 하는 말을 해서 경찰에 신고하기 이전에 이미 둘째 아이를 살해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제가 부인 옆에서 코치했기 때문에 경찰이 도착한 다음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질범 김씨(47)는 13일 오전 안산시 상록구에서 별거 중인 재혼한 부인 A씨(44)가 연락이 되지 않자 A씨의 전 남편 B씨(49)의 다세대주택에 찾아가 인질극을 벌이며 B씨와 의붓 막내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집에도 B씨의 동거녀와 큰딸도 있었으며, 큰딸은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실어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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