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 적혀 있던 ‘(청와대) 문건파동 배후 K, Y’는 김 대표 자신과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배후 논란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김 대표의 수첩 메모가 인터넷매체 뉴스웨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점화됐다. 메모에는 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이동빈의 이름과 함께 ‘문건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정치권에선 즉각 K와 Y가 누구인지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수첩 내용은 얼마 전 모 인사로부터 들은 내용을 메모해놓았던 것”이라며 “황당하다고 생각해 적어놓기만 하고 신경 쓰지 않았으나 수첩을 우연히 넘기다가 찍혔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너무나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똑같은 심정”이라며 “모든 게 사실대로 빨리 밝혀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사건 발단은 지난달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와대 음종환 행정관이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자리에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손수조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뒤늦게 합류했다고 한다. 음 행정관은 이 전 위원이 시사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문고리 3인방’의 국정 개입 의혹을 언급하며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데 대해 훈계를 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음 행정관이 ‘네가 함부로 떠들고 다닐 일이 아니다. 문건 파문 뒤에는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지난 6일 같은 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이 전 위원과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이 전 위원이 “음 행정관이 문건 파문 뒤에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격노했고, 다음날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는 음 행정관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추궁했다고 한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전한 각 당사자들의 입장이다.
△이준석 = 나를 (모임에) 불러냈다, 술을 마셨다, 음종환이 나한테 (방송에 출연해 문건 파동과 관련한 발언한 내용을 두고) ‘훈계’조로 이것 저것 얘기했다, 여기까진 음종환도 인정한 것 같다. 문제는 음종환이 ‘배후’라는 말을 했느냐 안했느냐다. (음종환이 이를 부인하는 데 대해) 황당한 게 뭐냐면, 나 혼자 거기서 술을 안 마신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가 (문건 파동에 대해) 신문에 나온 것 외에 아는 게 없다고 하니까 음종환이 “신문에 있는 게 다 맞는 정보라고 생각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그래서 내가 “방송에서 신문에 있는 것 이상을 얘기하려면 고급 정보를 달라”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음종환의 김무성·유승민 배후설이) 나온 거다. 거기서 나만 안 취했었다. 나머지는 3~4시간째 마신 상태였다. 나만 밤 11시에 지하철 타고 그 자리에 간 거다.
△음종환 = 12월18일에 만난 건 맞다. 내 술자리에 이준석이 온 거다. 그날이 (문건 유출 혐의로) 박관천 전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이다. 그래서 나는 “박관천 갖고 되냐. 박관천의 배후는 조응천(전 비서관)이다”라고 했다. 그러고서 (이준석에게) “조응천의 얘기를 사실로 전제해 방송에서 떠드는 게 섭섭하다”고 말했다. 또 ""조응천은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혈안이 돼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유승민을 만나고 다니고 김무성에게 들이대는 그런 사람이다""고 했을 뿐이다. 김무성·유승민이 배후라는 얘기는 전혀 안 했다. 김무성 수첩에는 '곧 발표될 것'이라고 적혀 있던데, 당시(12월18일)는 박관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도 안 됐고, 조응천은 체포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검찰이 조응천의 배후인 김무성과 유승민의 이름까지 발표할 거라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
△손수조 = 12월18일 저녁 자리는 ‘번개(사전약속 없이 갑자기 만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날 마침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청년위 회의가 있어 회의를 끝내고 청년위원끼리 저녁을 먹다가 음종환이 주변에 있다기에 인사하러 갔다. 음종환과는 가끔 만나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준석을 불러서 편하게 자리가 만들어졌다. 칸막이가 있는 방은 아니었지만, 주위에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나와 신용환은 그런 얘기(김무성·유승민 배후설)를 전혀 듣지 못했다. 만약 김무성·유승민의 이름이 나왔다면 당연히 알아 들었을 것이다. 기억이 안 날리가 없다. 그래서 더욱 황당하다. 음종환과 이준석은 둘이서 그런 얘기를 나눴는지 모르겠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김무성 = 어느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 들을 때 하도 황당한 얘기가 돼서 이것을 메모했다. 그런데 너무 황당한 얘기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본회의장에서 다른 메모를 찾다가 그게 (카메라에) 찍힌 거다. 그런 음해를 당하는 것도 사실 참 기가 막히는데, 어제 또 종편 등 뉴스를 보니 내가 의도적으로 그것을 사진에 찍히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이런 누명을 씌우는 것도 기가 막히다. 그렇게 이해해주길 바란다.
△유승민 = 조응천과는 예전에 언론사 간부가 자기 친구라고 데려 나오면서 여러명과 함께 저녁 자리에서 잠깐 봤다. (조응천이) 줄을 대고 그런 걸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문건 얘기고, 공천 얘기고 전혀 없었다. (이준석이 전한 얘기가) 워낙 황당해 이동빈과 음종환을 잘 아는 안봉근(청와대 제2부속비서관)한테 한번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고, 안봉근이 ""당사자(음종환)한테 물어보니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한다""고 회신을 해왔다. 이게 전부다. (음종환이) 그런 말을 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나로선 사실을 알 수도 없고, 조사할 위치에도 있지 않다. 그런 말을 한 게 사실이라도, 청와대 행정관이 술에 취해 한 말을 두고 내가 어쩌겠느냐. 그래서 더이상 묻지 않았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