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00억원대 탈세 추징금을 납부한 장근석(28)씨에 대해 조세 범칙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14일 확인됐다고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범칙조사는 장부를 거짓으로 기재하는 등 의도적으로 소득을 누락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실시한다. 수백억원대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행위를 실수에 따른 ‘단순 누락’으로 판단한 것이다. 장씨 소속사 측은 이날 오후 “당사의 회계상 오류로 인한 일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수정신고 후 (세금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범칙조사 착수 여부는 외부 인사가 포함된 국세청 산하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서 논의 후 결정한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를 끝낸 뒤 추징금을 부과하고 지난해 11월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장씨에 대한 조사는 극비리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보다 강도가 높다. 탈세 혐의자 심문과 압수수색 등 강제 조사를 할 수 있다. 또 범칙조사를 거쳐야 탈세 혐의자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장씨는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해외 활동이 많아 활동 수익을 신고하는 데 착오와 실수가 많았다.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장씨의 중화권 연예활동을 중개한 H사 장모(36)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는 범칙조사로 전환돼 진행됐다. 소득 신고 과정에서 재산을 은닉하거나 거짓 장부를 만드는 등 ‘사기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로 수억원을 탈세한 사실이 적발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장씨는 고의로 소득을 탈루한 H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중국에서 활동했으며 장씨도 중국 등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100억원대 추징금을 냈다. 국세청이 장씨의 소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조금 의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서울국세청은 고의로 조세를 포탈한 이들을 대상으로 범칙조사를 하지 않아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당시 서울국세청은 ‘소득 은닉 정도가 미미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으나 감사원은 “조세포탈 혐의가 있음에도 범칙조사를 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했다. 감사원은 조세범칙조사심의위가 회의록과 심의의결서에 처분 결과만 기재해 심의 내용·사유를 알 수 없도록 한 것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무당국은 추징금을 받으면 된다고, 가산세도 듬뿍 받았으니 그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