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러셀 크로우(51)의 연기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게 아니었다. 수십 년 간 배우 생활을 하고 ‘워터 디바이너’로 첫 연출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노력이었다. 자신만의 연기 신조가 있었고 거장들과 함께 작업하며 연출자로서 능력을 다진 것이다. 소위 ‘발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배우들이 그에게 배워야 하는 점 아닐까.
그는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영화 ‘워터디바이너’ 기자회견에서 “배우로서 수천 개의 작품, 공연 등을 했다”며 “당시 새벽 5시에 매일 기상했다. 공원에 가 솔잎을 치우고 땅에 내가 원하는 꿈을 쓴 뒤 다시 솔잎으로 덮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길 수 있는데 호주 전체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활동하는 배우는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절제, 노력은 성장의 기반이 됐다. 나는 다른 배우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25세 때 수천 개의 로큰롤 공연과 연극을 했지만 영화 캐스팅에는 매번 실패했다. 또 출연한 영화도 많이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크로우는 어렸을 때 럭비를 하다 이가 하나 빠졌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신념이 있어 치료 받는 걸 거부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 빠진 배우가 배역을 받는다는 자체가 기적”이라면서 “감독에게 설명했는데 내 애기에 진정성을 느껴 감동했다. 하지만 우리 작품의 주연은 이가 제대로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치료받지 않으면 캐스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배역에 맡게 내가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감독도 나의 진정성에 느낀 게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셀 크로우가 꼽은 연극·영화에서 중요한 세 가지 원칙은 섬세한 디테일, 협력하는 태도와 집요한 노력이다. “배우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해요. 대사를 외우거나 역사 공부하는 등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수개월 간 고뇌하는 시간을 가지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는 거예요.”
이러한 노력이 명품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비결 아닐까. 작품을 선정하는데 까다롭다는 크로우. 첫 연출작 ‘워터 디바이너’에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갈리폴리 전투로 세 아들을 잃은 코너(러셀 크로우)가 아내마저 목숨을 끊자 호주에서 1만4000㎞ 떨어진 터키로 아들의 시신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28일 개봉 예정.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