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치료 묘수, '교육수가' 도입

천식 치료 묘수, '교육수가' 도입

기사승인 2015-01-26 08:34:55
"전국 1만6804곳 중 양호기관 12%, ICS 처방률 25% 불과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된 천식의 적정성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관련 학계는 물론 병원계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5세 이상 천식 환자를 진료한 전국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적정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양호' 판정을 받은 기관은
전체 1만 6804곳(83만 1613명) 가운데 1066곳(11.89%)에 불과했던 것.

정부는 애시당초 기대치가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천식 진료에 관한 여러 평가기준들 중에서도 주 치료약제인 흡입스테로이드(ICS) 처방률이 25.37%로 낮았던 것이 낮은 등급을 받은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심평원은 ""흡입약제가 경구약제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고, 사용방법이 어려울 뿐 아니라 휴대가 불편해 환자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흡입약제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국민이 진료를 잘하는 동네의원에서 꾸준히 천식 증상을 관리받을 수 있도록 양호기관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평가수행을 통해 질 개선이 필요한 기관은 질 향상을 지원하고,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 홍보하는 등 천식 진료환경 향상을 위해 의료계와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이 실질적인 ICS 처방률 증가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ICS의 낮은 처방률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닐뿐더러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ICS가 천식 환자들의 증상조절에 가장 효과적인 약제라는 사실이 너무나 잘 알려져 있음에도 수십 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00년도에 한국(401명)을 비롯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아·태지역 8개국의 천식 환자 3207명을 대상으로 관리실태를 조사했던 AIRIAP(Asthma Insights and Reality In Asia-Pacific) 연구에서는 국내 ICS 사용률이 1.2%에 불과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J Allergy Clin Immunol 2003;111:263-8). 그후 6년 뒤 실시된 AIRIAP 2 연구에서도 여전히 6%에 머물러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Allergy 2013;68:524-30).

ICS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수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천식 증상 및 악화빈도와 중증도, 기도과민성 등을 감소시키고(NEJM 2000;343:1054-63), 폐기능 개선(Am Rev Respir Dis. 1990;142:832-6), 기도염증 조절 효과(Am Rev Respir Dis. 1992;145:890-9)가 있는 것으로 입증이 됐다. 특히 중증 환자에서 지속형베타2항진제(LABA)와의 병용요법은 ICS 단독요법 대비 천식 증상, 특히 야간 증상을 감소시키고 폐기능을 호전시켜 비용 대비 효과가 더욱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JAMA 2001;285:2583-93).

천식치료의 골드스탠다드라고 여겨지는 세계천식기구(GINA) 가이드라인은 물론이고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의 진료지침에서도 일률적으로 ICS를 천식 환자의 1차치료제로 권고하는 상황이다.

기관지천식의 국내 유병률이 지속 증가하고 질환에 대한 사회경제적인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정부기관과 관련 학계는 ICS 사용률과 동시에 치료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1994년부터 수차례에 걸친 진료지침 제·개정 작업이 있었고, 개원의사들을 대상으로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열어 진료지침 홍보와 보급, 교육에 힘써 왔다. 또 환자 대상으로 대국민 교육·홍보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를 설립, 운영 중이다.

ICS나 ICS+LABA 처방 시 삭감사례가 개원가에서 처방률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심평원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ICS 복합제에 대한 급여기준을 중등도 지속성 이상 단계에서 부분조절 이상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환자교육 최소 10분…교육수가 등 보상체계 마련돼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조상헌 교수(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는 ""현재 ICS 처방률 25%도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라면서 ""근거에 기반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개발과 급여확대, 의료진 및 환자들의 인식개선과 같은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천식치료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서려면 처방률을 60~70%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환자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 10~20분간 흡입기의 올바른 사용법과 주의사항, 발생 가능한 부작용 및 대처방안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모니터링과 반복적인 격려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일반 개원가에서 그만큼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고, 환자교육이나 관리에 대한 보상체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조 교수는 ""적정성 평가를 통해 정기적으로 국내 천식 치료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직접적으로 퀄리티 향상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면서 ""교육수가와 같이 현실적으로 환자교육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 시에는 일상생활 중 증상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요인의 관리에 대한 내용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당뇨병,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운동, 식이요법 등과 같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이 천식 분야에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안경진 기자 kjahn@monews.co.kr"
송병기 기자
kjahn@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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