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선수 박태환(26)이 지난해 7월 29일 국내 한 병원에서 주사제 네비도를 맞았다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있다.
박태환이 한국에서 훈련하던 지난해 9월 3일 채취한 소변 샘플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이자 근육 강화제 일종인 테스토스테른 성분이 검출됐다.
하지만 박태환은 샘플 채취 열흘 전인 지난해 8월 23일 전지훈련지 호주에서 열린 2014 팬퍼시픽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경기에 출전해 3분43초15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메이저 대회와 달리 팬퍼시픽대회에서는 박태환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해도 도핑 테스트를 받지 않았을 수 있다.
박원하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은 “팬퍼시픽 같은 대회는 전 종목 우승자를 검사하는 게 아니라 당일 이벤트 중 몇 종목의 1, 3등만 검사하는 식으로 도핑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을 후원한 SK텔레콤 스포츠단에 따르면 박태환은 2010년 미국 어바인에서 열린 팬퍼시픽대회에서는 도핑 테스트를 받았다.
당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대회 2연패를 이루고,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수확했다.
박태환으로서는 도핑 대상자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는 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박태환이 금지약물 투여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수영 관계자는 “박태환이 약물 투여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도핑 테스트를 받을 수도 있는 팬퍼시픽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태환이 몰랐다고는 해도 그의 기록이 약물 탓에 퇴색할 수는 있다.
박태환의 지난해 팬퍼시픽 대회 자유형 400m 기록은 2014시즌 세계랭킹 1위에 해당했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한 종목에 출전했지만 3연패를 달성하면서 대회 남자부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하지만 한 달 뒤인 9월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같은 종목에서는 3분48초33의 기록으로 중국의 쑨양(3분43초23),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3분44초48)에 이어 동메달에 그쳤다.
이틀 전 인천 아시안게임 경영 종목 첫 경기로 치러진 남자 자유형 200m에서도 대회 3연패를 노렸지만 동메달에 머물렀다. 극심한 심적 부담에 시달린 박태환이 자유형 400m 레이스에서 제 기량을 펼쳐 보이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한 수영 관계자는 “기록경기에서 중요한 대회를 전후한 한달 사이에 기록이 5초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의아해 했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 받은 세 차례 도핑테스트에서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