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콘서트’ 테러범 일베에 출소 인증샷 논란… 반성은 온데간데, 오열사만 덩그러니

‘토크콘서트’ 테러범 일베에 출소 인증샷 논란… 반성은 온데간데, 오열사만 덩그러니

기사승인 2015-02-06 05:49:55
일베 게시글 캡처

일베 게시글 캡처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에 ‘사제폭탄’ 테러를 가한 오모(19·고교 3년)군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게시판에 출소되기까지의 과정을 인증하는 글과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새벽 2시쯤 일베 게시판엔 ‘출소했다. terrorists’와 ‘구속썰을 풀어본다’라는 제목의 글을 잇따라 올라 왔다. ‘세이브일베’라는 이름의 블로그에도 같은 글이 올랐다.

글 작성자는 자신을 오군이라고 밝혔다. 오군은 “익산의 열사니 의사니 말들이 많은데 폭죽 만들다 남은 찌꺼기로 연막탄을 급조해서 토크콘서트 해산 시키려고 했다”며 “뒤에 있던 할아버지가 지팡이로 양은냄비를 쳐 가루 점화제가 하늘에 날리며 활활 타들어갔다. 국과수에도 폭발성 없다고 결론 지으니까 어찌어지 해명됐다”고 적었다.

오군은 재판 절차 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그는 “이런 건 원래 술자리 무용담으로나 하는 거지만 이 기회에 한번 풀어본다”고 운을 뗀 후 “(사제폭탄을 던지자) 바로 대기하고 있던 봉고차에 끌려가서 빼갈(중국 술)과 흑색화악을 압수당하고 현행범으로 체포당했다. 변호사를 선임 할 수 있고 뭐 어쩌고 미란다 선서를 듣고 경찰서로 끌려갔다”며 경찰에 붙잡힐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군은 이어 “도착한 곳은 지능팀이었다”며 “수갑이 없어서 형사들이 여기저기서 ‘수갑 없냐?’ ‘수갑 좀 가져와봐’라고 고참 형사가 신참들에게 명령하는 걸 보니 ‘꼬봉관’들이 불쌍하기도 해서 아니 ‘뭔 경찰서에 수갑도 없어요?’라고 화를 냈다”고 적었다.

그는 또 “유치장에 끌려왔는데 나밖에 없었다”며 “밥은 도시락에 넣어서 줬는데 도시락을 뜯으며 밖에선 지금 내가 만든 떡밥으로 파티하고 있을 텐데 나는 여기서 ‘짬밥’이나 먹는구나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적었다.

오군은 “20일 정도 지나 소년부에 송치된 후 재판을 받는데 판사가 ‘어려운 문제’라며 선고를 연기했다”며 “지옥 같은 1주를 보내고 다시 재판을 받으러 갔는데 이번에는 다시 형사재판으로 넘겨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붙잡아두기는 미안한지 일단 풀어주긴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한부 선고받은 암 환자의 마음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궁금한 것 있으면 질문도 받는다”고 적었다. 일베 회원들은 “열사님 사랑합니다” “역대급 인증” 등의 댓글을 달며 좋아하고 있다.

오군은 앞서 올린 글에선 “전과자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사업소 노예 확정인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군은 각종 보수단체에서 온 격려편지를 공개하며 “성호스님과 북한민주화위원회님에게 감사드린다. 서북청년단이 원래 이런 개념 집단이었는지 아리송하다. 일단 감사를 표한다”고 적었다.

오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오군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날 하태경 의원실은 지난달 오군에게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단 비폭력적 방법으로!’으로 라는 글을 써 보낸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격려의 의미는 없었다”고 밝혔다.

오군은 마지막으로 “독립신문에서 보내준 돈은 어머니 지갑 속으로 들어갔고 남은 건 빼갈 한 병과 화상 켈로이드만 남은 손뿐이지만 뭐 어찌어찌 되겠지”라며 “일게이(일베 회원)들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라. 만약 형 집행되면 전공 때려 치고 공인중개사 공부나 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베에 게재됐던 두개의 글은 삭제된 상태다.

전주지법 소년부(부장판사 홍승구)는 4일 오군 사건에 대해 “금고 이상의 처벌이 필요하다”며 정식 형사재판 청구를 요구하며 사건을 검찰로 돌려보냈다. 죄질이 중한 만큼, 보호처분이 아닌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심리 결과 소년재판으로 진행하기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는 만큼, 위탁결정을 취소하고 다시 전주지검 군산지청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소년법 제49조에 따르면 검사는 보호처분이 필요할 사건을 관할 소년부에 송치해야 하고, 소년부는 ‘금고 이상의 형사처분’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사건을 검사에게 돌려보낼 수 있다. 검찰은 정식재판(기소) 청구나 불기소 결정을 해야 한다.

오군은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8시 20분쯤 전북 익산시 신동 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씨의 토크콘서트’에서 일명 ‘로켓 캔디’라고 부르는 인화물질을 터뜨렸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에도 오군은 테러 과정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리며 ‘신은미 폭사당했다고 들리면 난 줄 알아라’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당시 오군이 던진 인화물질에 맞아 이재봉(59) 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와 곽모(38)씨가 1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관객 200여명은 대피했다.

오군은 폭발성물건파열치상 혐의와 흑색화약과 황산을 불법으로 소지하고 콘서트를 방해할 목적으로 행사장인 성당에 들어가 유리창과 바닥재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의 처분으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온 오군은 석방됐다. ideaed@kmib.co.kr

관련 기사 : ‘사제 폭탄’ 던진 일베 회원… 예고된 테러, 확신범들 늘어날까 우려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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