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정직한 사장님들만 가입 가능합니다”
알바 몬스터에게 맞서기 위해 사장 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괴물과 괴물의 싸움’은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궁금합니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건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탈사이트 알바몬이 내놓은 ‘알바가 갑(甲)이다’ 광고였습니다. 내용에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법을 잘 지키자’가 골자였으니까요. 세 편 중 ‘야근수당’ 편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해도 나머지 두 편은 알바생에게 최저시급을 챙겨주고, 인격적으로 대해온 업주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소상공인들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연쇄작용을 일으켰습니다.
PC방 업주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콘텐츠조합)은 알바몬에 광고 중단과 공개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소상공 업주들이 최저임금과 야간수당을 지키지 않는 악덕 고용주로 오해하게 만드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분노와 상실감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일부 업주들은 알바몬 사이트 탈퇴 운동을 벌였죠.
그러자 전국의 500만 알바들이 뿔이 났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마땅히 하소연 할 곳 없던 이들이 자극을 받은 겁니다. “앞으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업주들에 대해 신고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선 점거 시위까지 벌어졌습니다.
네티즌들도 가세해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 아니냐”며 알바몬 광고에 반발하는 소상공인들을 비꼬았습니다. 또 “악덕 업주들이 알아서 탈퇴해주니 자체 필터링에 이미지 상승까지. 알바몬 완전 개이득(큰 이득)”이라거나 “앞으로 청정구역 알바몬만 이용하면 될 듯” “공익광고를 사기업이 만들었네” 등 알바몬을 칭찬하는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수세에 몰렸다는 것을 감지한 걸까요. 이번엔 일부 소상공인들이 ‘우리도 뭉쳐서 대응하겠다’며 ‘사장몬’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개설자 곽모씨는 “알바몬이 있다면 사장몬도 있어야 한다”며 “알바몬 논란에 항의하고자하는 사장들의 참여를 부탁한다”고 밝혔습니다. 곽씨는 기자들에게도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보낸 장문의 메일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저시급을 주지 않기 위해서 반발한 것이 아니라 광고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 한 것뿐이다” “알바몬 광고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더니 ‘명예훼손’ 사유로 게시 중단조치가 이뤄졌다. 그래서 더 분노한 것이다” “(최저시급을 주지 않아도 되는) 2~3개월 평가기간은 고용한 알바가 ‘지각’ ‘결석’ 등을 하는 지 체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알바몬 광고에서 조금 올랐다고 표현한 370원을 한달로 계산하면 2일치 시급에 해당한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표현이다” “야간 수당 1.5배 지급 부분은 현행 근로 기준법에 따르면 상시 근무자수 5인 이상의 사장님에게만 해당하는데 광고는 모든 사장을 악덕 사장으로 몰고 있다” 등입니다.
곽씨는 또 ‘인격모독’ 편에 등장한 “알바를 무시하는 사장님께는 앞치마를 풀러 똘똘 뭉쳐서 힘껏 던지고 때려 치세요”란 표현도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근무자가 그만 둘 때는 최소한 최소 2주간의 새로운 알바 구할 시간을 줘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며 “알바가 잘못된 행동을 해 해고해도 시급은 다 줘야한다. 그러나 사장은 그 때문에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알바를 제때 구하지 못해 사장이 죽기도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어떠신가요? 곽씨의 호소에 공감이 가나요?
곽씨가 개설한 카페 상단엔 ‘알바몬 탈퇴 운동에 참여해 달라’는 공지문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곽씨의 요구사항은 두 가지입니다. ‘알바몬은 잘못은 인정하고 정직한 사장님들이 이번 일을 통해서 악덕 업주로 몰린 것에 대한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방송을 통해 사과할 것’ ‘알바몬은 알바가 갑이다 광고 시리즈를 모두 내릴 것’입니다. 콘텐츠조합에서 내건 입장과 같아 보입니다.
9일 오후 4시 기준 가입자는 60명입니다. 얼마나 많은 정직한 사장님들이 동참하게 될지 지켜볼 문제입니다.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