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남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분개해 그를 성폭행범으로 무고하고 증거까지 조작한 여성이 1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은신)는 “서모(38·여)씨에게 무고를 당해 형사 재판을 받으며 수년간 피해를 본 A씨가 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씨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A씨와 2002년 온라인채팅을 통해 만나 1년여 간 사귀다 A씨가 2차 시험을 준비해야한다며 이별을 통보하자 그를 성폭행범으로 몰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서씨는 2004년 2월 A씨를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A씨가 자신을 방에 감금하고 흉기로 위협해 두 차례 성폭행했다”는 거짓말을 꾸며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서 씨를 성폭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했다.
서씨가 검찰에 다시 항고하자 검찰은 서씨와 A씨가 연인관계였는지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서씨는 두 사람이 연인 사이로 함께 홍콩에 여행을 간 적도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A씨의 증거를 반박하기 위해 ‘자신은 홍콩에 간 적이 있지만 A씨를 피하려고 마카오로 건너갔다’는 거짓말을 지어내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여권을 위조했다.
서씨는 또 A씨가 자신의 나체 사진을 찍고 이를 빌미로 협박해 돈을 뜯었다는 거짓말도 꾸며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씨가 쓴 것처럼 서명을 꾸며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을 위조하기도 했다.
서씨는 법정에서도 거짓 증언을 계속했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무고와 증거조작이 탄로 난 서씨를 무고·모해위증·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2007년 12월 기소했다. 서씨는 이달 초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그 과정에서 서씨는 5차례나 법관 기피 신청을 하고 법원에서 보낸 재판 기일 통지서 수령을 거부하는 등 재판 절차를 일부러 지연시켰다.
A씨 역시 3년여간 재판을 받은 끝에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고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2009년 서씨를 상대로 위자료 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사 재판부는 서씨에 대한 형사 재판 결과를 지켜보느라 소송을 접수한 지 5년여 만에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 증거를 조작하고 법정에서 위증을 함에 따라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다”며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위자료 액수는 9000만원으로 결정됐다. 재판부는 “A씨가 3년 가까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사법시험을 포기해야 했고, 심각한 불안과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며 “서씨의 가족들도 커다란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9000만원과 함께 A씨가 소송부터 판결까지 4년6개월간 연이율 5%로 책정한 이자 2000만원을 더해 총 1억1000여만원을 물어주라고 명령했다.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