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빵’하고 뜬 시대 ‘손님은 왕’이란 말도 옛말이 돼가는 걸까요? 지금까지는 보통 손님이 식당에 들어가면 상대적인 ‘갑’이었습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 값을 치르는 주체이기도 했지만, 주로 동네 장사를 하는 식당 주인입장에선 단골손님을 확보해야 번창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 때문에 종종 손님들이 ‘갑의 행패’를 일삼아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배달앱이 뜨면서 상황이 역전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자영업자의 눈치를 보게 된 겁니다. 대표적으로 배달앱 리뷰 게시판에 마음 놓고 평을 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음식을 시켰다가 맛과 양에 실망해 인터넷에 부정적인 평을 남기면 부리나케 전화가 옵니다. 자영업자는 배달앱을 통해 알고 있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토대로 ‘글을 내려라’고 협박까지 한답니다. 손님은 귀찮아서라도 글을 내리게 되고, 게시판엔 긍정적인 평만 남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배달앱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음식을 주문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이용할 땐 음식평점과 리뷰를 주로 참고하게 되는 데, 이렇게 왜곡된 정보만 남아 있어 ‘낚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배달앱 측에 적잖은 수수료를 내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배달앱에 올라 있는 평이 어떠냐에 따라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 상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자영업자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 자영업자는 “배달앱에 가입하지 않고 장사해보려했지만, 주문이 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며 하소연했습니다.
배달앱 시장은 2013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인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 등이 성장하면서 지난해 이미 1조원 시장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시장이 1조5000억~2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들 업체가 전체 배달음식 시장의 90%를 차지하며 과점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높은 수수료율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배달 어플의 바로결제가 진짜 나쁜 거예요!”라는 제목의 글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세 업체의 수수료율은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다 현재 6.6%~18%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수료를 받지 않는 신생 배달앱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수료율은 더 내려가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배달앱이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자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자구책으로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돌리고 있는 겁니다. 일부 식당들이 배달앱을 통해 받은 주문과 전화 통화로 받은 주문의 음식의 양을 차별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입니다. 배달앱에 명시된 음식의 가격이 실제 가격보다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배달앱이 자영업자들에 ‘갑질’하자, 자영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갑질’하고, 소비자들은 다시 배달앱에 비판을 쏟아내는 모양새. 물고 물리는 상황이 황당하면서도 씁쓸합니다.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