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강한나 “‘순수의 시대’와 사랑에 빠졌어요”

[쿠키人터뷰] 강한나 “‘순수의 시대’와 사랑에 빠졌어요”

기사승인 2015-03-10 11:50: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정말 사랑에 빠졌어요. 기사 타이틀에 ‘순수의 시대 사랑해요’라고 써주시면 안될까요?”

보조개 미소를 띠며 말하는 신인배우 강한나(26)가 참 예뻐 보였다. 촬영이 끝난 지 반 년 정도 지났으나 여전히 그는 “작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첫 주연작 ‘순수의 시대’는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영화에서 강한나는 복수를 위해 계획적으로 장군 김민재(신하균)을 유혹하는 기녀 가희 역을 맡았다. 단순히 매혹적이기만 해선 안됐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아픔은 물론 복수의 상대를 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내면의 갈등까지 표현해야 했다. 신인이 소화하기에 쉬운 역할을 아니다.


최근 본보와 만난 강한나는 가희와 비슷한 구석도 많지 않아보였다. 어딘지 슬픔에 찬 듯한 가희와 달리 참 밝고 경쾌했다. 자신과 많이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강한나는 “가희의 마음을 십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며 “(가희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느끼고 이해하는 작업이 제일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다. 영화에서 강한나는 여배우로서 웬만한 결심으로 하기 힘든 노출연기에 도전했다. 수위 높은 정사신도 찍었다. 실제 고소공포증이 있는 그가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했고, 어릴 적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기억을 딛고 수중신도 찍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강한나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강한나에게 ‘순수의 시대’를 선택한 이유를 물으면 매번 확고한 대답이 돌아온다. 시나리오를 보고 매료됐다는 것이다. 디테일한 묘사들을 연기로 표현해 내고자하는 마음이 강했다. 노출이나 베드신 역시 그래서 피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보면 베드신이 감정신으로 디테일하게 묘사돼있어요. 다른 어떤 장면보다도 감정선이 섬세하게 쓰였거든요. ‘그 감정선을 잘 표현해야 베드신이 가진 의미를 잘 살릴 수 있을 텐데’라는 고민과 부담이 있었죠. ‘내가 옷을 벗어야 하는데’ ‘그런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라는 부분에 대해선 오히려 부담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강한나가 대중에 처음 이름을 알린 건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레드카펫에서였다. 등 부분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었는데 엉덩이 골이 살짝 보이고 말았다. 이번 영화 출연과 맞물려 다시금 화제가 돼버렸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 하지만 강한나는 오히려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신인이 이렇게 큰 영화 주연을 덜컥 맡았는데 대중은 제가 누군지 궁금하실 수 있잖아요. 검색해 보니 연관검색어에 ‘강한나 드레스’가 있고…. 그래서 또 찾아보시게 되는 거죠. 다 관심 가져주시는 거라고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선입견을 가지실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신다면 ‘연기에 뜻이 있는 친구구나’라고 봐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을 품은 건 아니었다. 강한나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발레를 했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 다른 친구들이 모두 머리를 단발로 잘랐을 때에도 그래서 긴 생머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해온 발레를 그만둔 뒤 ‘이제 뭘 하면 평생 행복할까’ 고민에 빠졌다. 그때 어머니의 권유가 마음을 흔들었다.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니?’ 마치 신세계가 열린 듯했다.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연기에 완전 빠진 거예요. 연기 자체를 너무 사랑하게 됐어요. 인간의 삶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죠. 표현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거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중앙대 연극학과에 진학한 강한나는 연기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는 “대학 들어와서부터는 (연기가) 단순히 좋은 게 아니라 정말 숭고한 작업이라는 것까지 알게 됐다”며 “이 직업이 단순히 화려한 삶이 아니라 나를 빌어 한 사람의 인생을 빚어내는 멋진 일인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대학에 다니면서는 연극과 독립영화에 부지런히 출연했다. 그렇다고 연예계에 뜻이 있던 건 아니었다. 사이코드라마(심리극) 등을 통한 심리치료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에 진학했다. 화려하게 주목받는 삶이 자신의 인간형과 맞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들이 조금은 낯설 법도 하다. 강한나는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중 눈빛이 가장 반짝일 때는 역시 ‘순수의 시대’ 촬영 당시 얘기를 할 때였다. 듣는 이에게는 고생담으로만 들리는데도 당사자는 즐거워만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연기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냐”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잠시 고민을 하던 강한나는 “내가 연기하는 인물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다가왔을 때 첫 번째로 행복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두 번째는 촬영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시너지를 내면서 장면들을 완성해 나갈 때란다. 그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색깔이 나오기도 하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게 재밌다고 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그 많은 스태프들이 피땀 흘려 고생한 작품을 관객에게 내놓는 순간”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제 막 스타트라인을 끊은 배우다.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 외에 더 필요한 게 있을까. 강한나의 배우 인생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다. 확고한 가치관과 목표까지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좋은 연기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어요. 그래서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배우가 아닌 어떤 모습의 삶을 살든 항상 같은 생각이겠지만요. 기왕이면 많은 분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도록 스스로도 노력을 멈추지 않는 제가 됐으면 좋겠고요.”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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