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잠재력 키우는 ‘반응육아’(4)] 인지학습의 시작… 아이의 관심을 두드리자

[우리 아이 잠재력 키우는 ‘반응육아’(4)] 인지학습의 시작… 아이의 관심을 두드리자

기사승인 2015-03-17 01:48:55

글·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 원장

아이는 늘 목이 아프다. 어른의 세계는 너무 높은 것 같다. 엄마의 얼굴을 보고 싶지만 좀처럼 시선이 닿지 않는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고 싶어도 너무 빨라 따라하기가 어렵다. 목을 바짝 들어도 엄마의 턱만 보일 뿐 눈을 볼 수 없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를 탔다. 누군가 누른 엘리베이터 버튼에 불이 들어오자 ?층’이란 말이 울린다. 엄마는 6층을 누른다. 6층 버튼에도 불이 들어온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누르면 즉각적 반응이 돌아온다. 아이는 버튼의 불빛이 신기하다. 엄마는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지율아, 이게 뭐야?”, “오, 육 숫자 오, 육이지”라며 가르쳐주려 애쓴다. 아이에게 지금 숫자는 관심의 대상이 아닌데도 말이다. 아이에게는 자신이 누를 때마다 불이 들어오고 소리로 반응하는 것이 재미있을 뿐이다.

아이에게 무언가 가르치고 싶다면 먼저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것을 함께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아이의 문을 두드리고 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반응육아를 하고 싶다면 우선 몸을 낮춰 아이와 눈을 맞추자. 그리고 아이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자.

그러려면 먼저 아이의 흥미가 무엇인지 관찰해야 한다.

배우기 위해 아이는 집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도 아이가 집중하지 않거나 흥미가 없으면 아무리 유혹해도 배우지 못한다. 집중하지 않은 자극은 우리의 기억, 즉 뇌로 들어가는 경로자체가 차단된다. ‘달콤한 보상으로 유인해 집중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것도 잠깐이다. 자발적 동기가 없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는 특히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잘 배울 수 있다. 인지학습의 시작은 흥미와 관심이다. 아이는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것에 오래 집중하고 스스로 반복한다. 반복은 곧 학습의 성취를 이끈다. 우리가 영어 단어를 1000번 이상 되뇌어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습관처럼 반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습 성취를 이루는 것. 이는 모든 어른이 자녀에게 바라는 이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른들은 아이가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미리 자신이 생각한 계획을 아이에게 강요한다. 아이도 생각이 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단지 어른보다 조금 느릴 뿐이다.

흥미를 관찰했다면 다음은 흥미로운 활동을 함께해야 한다.

민수는 요즘 ‘먹어’놀이에 빠졌다. “문 먹어”, “엄마 먹어”라고 말하면 엄마는 “엄마가 어떻게 먹어?”라며 아이가 말을 배우며 이상한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은 접고, 이를 그대로 따라 해보면 어떨까. 민수가 “엄마 먹어”하면 그대로 “엄마 먹어?”라고 반문하자. 그러면 아이는 “응, 엄마 먹어, 문 먹어”라고 반응할 것이다. 아이가 또 다시 “문 먹어?”하면 “응, 문 먹어, 선생님 먹어”라고 한참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아이가 흥미로워 하는 것에 맞춰 아이 방식대로 반응을 하면 대화가 이뤄진다. 이 가운데 아이는 많은 단어를 사용하고 또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어휘, 발음 연습을 하게 된다.

아이는 자신이 호기심을 갖고 주도하는 활동에 집중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따라서 어른이 먼저 계획하고 제안할 것이 아니라 아동의 세계로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하는 방식대로 상호작용을 해본다. 반응하는 부모는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활동을 인정하고 함께한다.

이제 아이가 주도하는 것에 따라갈 차례다.

인지학습은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대화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에서 시작한다. 대화는 두 사람이 공통된 관심사를 가질 때 이어지며 이를 통해 우리는 상대와 관계를 형성한다. 부모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아이들이 먼저 어른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과 아이의 관계 형성은 어른이 먼저 아이의 능력 수준 내에서 얼마나 상호작용을 잘하며 놀아주느냐에 달려있다. 어른이 아이의 수준에 맞는 방식으로, 예를 들면 아이가 한 음절 “어”로 말한다면 부모 역시 한 음절로 “어~”라고 반응할 때 더 재미있어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감을 찾는다. 그래야 자신이 지닌 능력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꺼내놓는다. 그리고 아이의 잠재력이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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