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선행’ 두 얼굴의 학교 될 판”… 선행학습 허용 비판 잇따라

“‘정상·선행’ 두 얼굴의 학교 될 판”… 선행학습 허용 비판 잇따라

기사승인 2015-03-19 01:00:55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교육부가 방과후학교의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시민단체 및 교원단체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번 조치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며 오히려 퇴행을 선택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방과후학교에서 복습, 심화, 예습과정을 허용하는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일부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했다.

배우지 않은 것을 평가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 제정 취지를 유지하면서 방과후학교 운영의 어려움, 사교육 증가 가능성 등 법 시행 이후 나타난 학교 현장의 문제를 해소하고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개정안은 정규 교육과정의 선행교육은 금지하지만 방과후학교의 경우 교육 수요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상반기 중 법 개정이 완료되면 2학기부터 일선 학교에 적용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과후학교는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고 교육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면 사교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일선 학교의 요구를 반영해 관련 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 직후 방과후학교의 선행학습 허용이 지난해 9월 시행된 공교육정상화법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의 안상진 부소장은 “수능 제도 개선 등 선행학습을 해결하는 제도적 부분을 고치기보다 방과후학교의 규제만 푸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낸 법률을 훼손하는 퇴행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은 성명을 통해 “방과 후에 선행 교육을 받은 학생과 받지 않은 학생들 간 간극 때문에 정규 수업이 파행을 겪을 것”이며 “방과 후에 수업을, 그것도 학교 수업 진도보다 앞선 진도를 나가는 비교육적 행태를 학교와 교사 스스로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교원단체들도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공교육정상화법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났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학교에서 교과과정의 정상적인 예습조차 못하게 규제해놓고 방과후학교와 학원에서만 선행학습을 허용하게 한다면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는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학교 존재의 의미와 교육본질 훼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이 시행 7개월 만에 ‘공교육 비정상화법’으로 둔갑하려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는 “해 뜨면 정상교육과정, 해 지면 선행학습과정을 운영하는 두 얼굴의 학교가 만들어질 참이다”고 밝히고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방과후학교가 본격적으로 선행학습 중심으로 재편돼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연장된 학습 노동에 동원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ivemic@kukimedia.co.kr
ivemic@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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